'민심'과 괴리 우려···일각선 "당원의 관용 필요해"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강성 지지자들의 '선명성' 요구에 각 당 지도부가 나란히 몸살을 앓고 있다.
현안마다 지지층 설득을 위한 방안에 당 지도부가 연일 고심하는 분위기다. 강성 지지층의 구미를 맞추고자 '강경 행보'를 보일 시 중도 표심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고 '온건 행보'로는 지지층 내 비판으로 당권 등 주도권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현재 '총선백서'를 두고 당내 격론을 벌이고 있다. 총선 패인을 분석하는 백서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론을 기술하는 문제를 두고 당내 '친한동훈' 인사들과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주 조정훈 당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은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공동 책임'을 언급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한 전 위원장의 지지자들은 백서가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으려는 의도로 작성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안으로 '국민 백서' 제작에 착수했다. 한 위원장의 팬카페인 '위드 후니'는 국민의힘 총선 패배 원인이 한 전 위원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기재한 국민 백서를 31일까지 발행할 예정이다.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기간 국민의힘을 이끌며 '운동권 청산'과 '이·조 심판(이재명·조국 심판)' 등을 강하게 내세운 바 있다. 지지자들의 옹호 움직임은 이 같은 한 전 위원장의 '강경 대야 투쟁'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인식에서 도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도 '대여 투쟁'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 16일 '개혁적 의장'을 강조한 추미애 당선자를 누르고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강성 지지자층 중심으로 비토 분위기마저 조성되고 있다.
이들은 비교적 온건한 성향의 우 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한 것이 '당심'을 외면한 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지자 중 일부는 우 의원을 의장으로 뽑은 의원들을 '색출'해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문자테러' 등 압력을 행사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지자들의 움직임이 당에 활기를 불어넣는 원동력이 되지만, '당심'과 '민심'을 괴리시켜 당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외의 기타 정당들에서도 비슷한 고민이 나온다.
지난 4·10 총선에서 3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성과를 냈던 개혁신당의 이준석 당선자 역시 당내 지지자들에게 '포용'을 당부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현재 개혁신당은) 당내 분란 안 생기게 조심하자라고 얘기하면서도 내 눈앞에 선거가 닥치면 95%의 구개혁신당 계열 당원들이 원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당선자는 "찬반이 (있는) 5개 (문제)가 겹치면 32가지의 가짓수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 한 32분의 1 정도가 돼야 (당원들의 기준을) 통과할 수 있다"며 당내 경직된 문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새로운선택·원칙과상식·한국의희망 등 총 4개 세력이 합당해 만들어진 개혁신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다소 이념에 차이가 있는 당내 인사들에 너그러운 환경이 조성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