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제' 대항마 역할론에 피선거권이 관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친문(친문재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차 일시 귀국하며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최근 국회의장 후보 선출을 계기로 '친명(친이재명) 불패' 기조에 균열 조짐이 보이면서 당내 역학 관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총선 이후 '이재명 체제'가 공고해진 데다,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이 2028년까지 제한된 상태인 만큼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지난 19일 오후 4시 15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해 8월 출국한 이후 9개월 만으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귀국했다.
그는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친문(친문재인)계 구심적 역할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일시 방문한 입장에서 한국의 현실 정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충분히 많은 걸 보고 듣고 배우고 귀국하게 되면 그때 충실하게 궁금한 점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을 아꼈다.
김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을 제외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진 않은 상태다. 다만 출국 전까지 정치권 인사들과 비공개 만남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평산마을에 있는 문 전 대통령을) 찾아봬야 하지 않겠느냐"며 예방 계획이 있음을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 여부엔 "다른 개인적 일정들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여러 사람을 뵙고 연락도 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친문 적자이자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의 일시 귀국을 계기로 비명계가 결집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비명계는 4·10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 과정에서 대거 탈락하는 등 당내 존재감이 미미한 상태다. 반대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명계는 총선 압승을 계기로 입지가 강화됐다.
그러나 최근 '추미애 대세론'을 꺾고 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 '친명 불패' 기조가 흔들리자 비명계 부활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총선 승리를 계기로 당내 입지를 굳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체제에 대한 반감이 상당 부분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친노(친노무현)·친문계에서는 벌써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주장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당선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해 복권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김 전 지사의 귀국을 앞둔 지난 1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대통령의 특별 권한이기 때문에 짐작하기 어렵지만, 저는 여전히 사면·복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당분간 김경수 전 지사가 구심점 역할을 하기엔 피선거권이 걸림돌이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뒤 2022년 12월 특별사면 됐으나, 복권은 되지 않았다. 2028년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복권이 되지 않는 한 현 상황에선 정치 복귀는 불가능하다.
당내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이재명 리더십이 흔들리긴 했지만, 당 대표에 이어 원내 지도부까지 모두 친명계로 채워진 만큼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총선 이후 입지가 좁아진 비명계가 친명 독주 체제 속에서 역전을 노리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