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전술 핵무기 훈련 개시하기도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미국과 그의 동맹들이 한반도 상황을 무력 충돌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외무장관 회의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북한 인근 지역에서 도발 행동을 이어가는 상황에 비춰 이같이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것이 미국과 위성국가들이 한반도 불안을 유발하기 위해 도모하는 계획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 그의 지역 동맹들이 상황을 격화시켜 과열 국면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발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해왔다"고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이 언급한 '도발 행동'은 한미 양자 군사 훈련, 일본이나 호주가 참여하는 확대 훈련 등 각종 군사 훈련을 일컫는 것으로 추론된다.
이처럼 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에 의한 안보 위협을 계속해 강조하는 한편 당초 예고했던 전술 핵무기 훈련 개시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러시아 남부군관구에서 비전략 핵무기 준비·사용을 위한 실전 훈련 1단계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훈련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진행되는지 공개하지는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재 진행 중인 훈련은 서방 관리들의 도발적인 발언과 위협에 대응하고 러시아 영토와 주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전략 핵군의 병력과 차량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술핵 훈련에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단거리탄도미사일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 훈련이 포함됐다. 이는 지난 9일 러시아가 전승절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들이다.
국방부는 "남부군관구 미사일 편대 병력은 이스칸데르 전술미사일 시스템의 특별 탄약을 받고 발사대에 이 미사일을 장착하고 미사일 발사 준비를 위해 지정된 발사장으로 은밀히 기동하는 전투 임무를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러시아 항공우주군은 특별 탄두를 장착해 순찰 지역으로 향하는 킨잘 미사일을 포함한 공중 수송 무기로 무장할 계획이라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6일 집권 5기 취임식을 진행하기 직전 서방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해 전술핵무기 사용을 시험하기 위한 훈련을 준비할 것을 국방부에 명령한 바 있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언급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에 제공된 무기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이용될 수 있다고 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고, 보복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전술 또는 비전략 핵무기는 적의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전략 무기보다는 덜 강력하지만 막대한 파괴 잠재력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