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개정으로 처벌 강화 의견 나와
지난 1일 열린 노동절 집회에서 한 외국인 근로자가 임금체불 관련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올해 체불임금액이 지난해 역대 최대액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에 취약 노동계층은 물론 일반 서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면서 관련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체불임금은 전년 동기보다 40.3% 늘어난 5718억원으로 집계됐다.
임금체불액은 지난 2019년(1조7217억원) 이후 △2020년 1조5830억원 △2021년 1조3504억원 △2022년 1조3472억원으로 점차 감소했지만 지난해에는 1조7845억원으로 급증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임금체불액은 상반기에 1조원을 돌파하고 지난해 최고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임금체불이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와 함께 지난해에 이은 극심한 건설업계 불황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 건설업 임금체불액은 4363억원으로 전체 체불액의 24.4%를 차지했고, 전년 2925억원에 비해 49.2% 증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건설업계는 고금리가 장기화된 만큼 수요가 침체돼 있는 상황이다.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건설 수주액은 34조22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8.0% 줄었고, 4월 기준 종합건설업 폐업 건수는 10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3% 늘었다.
임금체불의 경우 현행법상 범죄로 규정돼 있는 만큼 고소를 통해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는 있다. 임금체불 사실이 확인될 경우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다만 개인적으로 체불 입증이 어려울 뿐더러, 임금 채권은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가 소멸돼 청구가 불가능하다. 사업주 입장에서도 처벌을 감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상황에 고용노동부 측은 임금체불 원인으로 '경영악화' 등 애매한 기준을 세워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임금체불 경험자들을 중심으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임금체불과 관련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응답자 중 43.7%는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선 응답자의 69.9%가 ‘임금체불 사업주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사업주의 지불 능력이 없어서’(23.6%)라는 응답의 3배였다.
임금체불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로는 반의사불벌죄 폐지(26.7%)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05년 반의사불벌죄 조항이 근로기준법에 들어가면서 임금체불을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후 사업주는 물론 일부 근로감독관까지 체불임금보다 낮은 금액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나타났고, 임금체불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사회적 인식을 형성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임금체불 3/4가량이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을 감안할 경우 해당 법규는 서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송승은 배제대학교 교수는 “임금체불은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가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점과 임금체불시 노동자와 부양가족의 생존이 위협받는다는 점에서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종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임금체불 문제를 해소하려면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민·형사적 제재수단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임금을 체불하면 형사처벌은 물론 상당한 경제적 손해를 받게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