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4시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 진행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오늘(24일) ‘의과대학 증원 정책’ 절차에 대한 위법성을 지적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을 향해 “교육부장관에게 시행계획 및 입시요강 발표를 보류하라”는 내용의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오는 30일 의대증원 시행계획을 승인하고, 31일 입시요강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책을 중단시키려면, 29일까지 대법원의 최종 결정을 받아야 한다. 이에 전의교협은 정부를 향해 오늘 즉시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정부가 △40개 대학별 의학교육점검보고서 (1차~3차 상세보고서) △배정위원회에 제출된 서류 △배정위원회 회의록(일시, 장소, 위원 명단도 포함된)을 모두 사법부에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의대정원 배정과정의 적법성을 판단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가 답변서 준비를 위해 시간을 끈다면, 패소할 것이 두려워 비겁하게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에 대해선 교육부에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했다. 전의교협은 "고등교육법령에는 각 대학의 입시요강 발표 기한이 5월 31일까지라는 규정이 없고 단지 관행일 뿐이므로, 대법원의 소송지휘권 발동은 법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또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거나, 공공의 복리를 위한 것일지라도 처분의 위법성이 명백하다면 집행정지가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며 “이번 의대정원 증원의 결정과 배정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명백한 절차적 위법성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대증원의 세부 절차에 법리적 해석을 덧붙이며, 정책이 중지돼야 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우선 보건의료기본법 제15조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지난 24년간 단 한 차례도 수립하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 삼았다.
또 “헌법 제31조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된다고 규정해 대학의 자율성을 확고하게 보장한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입학정원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됐고, 학칙 변경을 위해서는 대학평의원회와 학내 자체의사결정기구(교무회의) 등의 자율적인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반드시 필요한 학칙 개정 없이, 정원을 확정하라는 공문을 각 대학별로 발송함으로써 명백하게 그 절차 위반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고등교육법 (32조)에 따라 학생정원은 당해 대학의 교육여건에 따라 정해야하고, 그 교육여건 즉, ‘대학설립운영 규정에 따른 교사, 교지, 교원 및 수익용 기본재산’에 따라 정해지는 학생수의 범위에서 정해야 한다. 전의교협은 정부가 이런 법을 위배해, 교육여건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실제로 학생정원을 배정했다고도 했다. 32개 증원 대학에서 18개 대학은 아예 실사를 실시하지도 않았으며, 14개 대학도 비전문가로 구성된 전담반에 0.5~3시간의 형식적인 실사에 그쳤다고 부연했다.
또, 앞서 재판부가 의료계 집행정지 신청 각하 이유로 내건 ‘공공복리에 대한 평가’에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서울고등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을 인정하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전의교협은 오히려 의대증원이 공공복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입장이다. “의대정원 증원 없이도 정부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시급한 의료개혁을 문제 없이 시행할 수 있다”며 “다른 공공 복리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 사회에 대한 다층적인 이해 없이 의료 개혁을 의사 증원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오히려 공공 복리에 심대한 위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