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 현안 해결은 '글쎄'···日 "라인야후는 별개 문제"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개최되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26일 리창 중국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각각 한중·한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한중 회담에서는 외교 안보 대화를 신설하고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는 등 외교·경제·무역 부문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일 회담에서는 자원 협력 등 교류 확대에 합의를 이뤘다. 다만 '라인야후' 사태 등 한일간 민감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 수준의 언급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오후 3시 리 총리와, 오후 4시 30분 기시다 총리와 각각 회담을 진행한 이후 같은 날 오후 7시 30분 한중일 3국 대표단이 참석하는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환영 만찬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중 FTA 2단계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며 "그간 추진된 상품교역 분야, 시장 개방화를 넘어서서 앞으로 서비스 분야 및 문화·관광·법률 등에 이르기까지 개방을 확대하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고위급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신설하고, 다음달 중순에 첫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중 외교안보 대화는 외교부와 국방부가 참여하는 '2+2' 대화 협의체다. 외교부에서는 차관이, 국방부에서는 국장급 고위 관료가 참석한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는 13년째 중단된 한중 투자협력위원회를 재개하고, 산업부와 상무부 간 대화체인 '한중 수출 통제 대화체'를 출범해 한중 공급망 협력조정 협의체와 공급망 핫라인도 더욱 적극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마약·불법도박·사기 등과 관련한 초국경 범죄에 대한 양국 대응 협력을 강화하고, 한중 인문 교류 촉진 위원회, 양국 청년 교류사업 등도 재개한다.
한일 회담에서 양국은 중국과 함께 역내 질서에 있어 협력 방안을 새롭게 모색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경제 협력 분야에서는 한일 수소협력 대화를 신설하고 6월 중순 새로 출범함으로써 한일 글로벌 수소 공급망 확대를 꾀하기로 했다. 또 한일 자원 협력체를 신설해 핵심 광물 공급망 위기를 대처하고 안전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김 차장은 작년 6월 한일 미래파트너십 재단에 한국에서 10억, 일본에서 1억엔의 기금을 모았는데 일본이 선제적으로 2억엔을 추가 모금한 사실도 전했다. 그는 "여기에 발 맞춰 한국 측도 파트너십재단에 기금을 확충하고 양국 청년 미래세대가 보다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게 촉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중 회담에서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을 우려하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해달라"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의제로 거론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이나 윤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불거진 '라인 야후 사태'에 관해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 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기업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한다는 입장이 불변한다는 원칙 하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 재검토를 요구한 사항"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