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에도 무더기 이탈 시 秋 리더십 '치명상'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이 유력해지면서 국민의힘은 이탈표 단속에 주력하고 있다.
본회의 출석이 가능한 295명 모두 표결에 참여하고, 야당·무소속 전원이 찬성한다고 가정하면 여당 의원 17명이 이탈해야 재의결이 가능하다. 이미 일부 여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히면서, 이탈표를 단속해야 하는 추경호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28일 본회의 개최'는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에 반발하며 "본회의 개의를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김진표 국회의장이 특검법 재표결 의사를 분명히 한 만큼 28일 본회의가 열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의장은 지난 22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21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본회의가 열린다면 여당으로선 특검법을 저지할 방법은 재의결 불발에 따른 법안 폐기가 유일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약에 저희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채상병 특검법은) 그냥 통과된다"며 "많은 의원들이 출석해 부결표를 던지는 것이 저희가 특검법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당은 이탈표 단속에 총력을 쏟아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미 안철수·김웅·유의동·최재형 의원이 특검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공개 선언했고, 고민 중인 의원들도 최소 4~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재의결 요건인 '17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단일대오가 깨지면서 추가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예상보다 많은 이탈표가 발생할 경우 추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여당이 당론으로 채택하면서까지 '채상병 특검법 거부'에 총력을 쏟았음에도 10표 안팎의 '무더기 찬성표'가 나온다면 추 원내대표의 당 장악력이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 찬성표가 무더기로 나오면 추 원내대표로서도 치명상"이라며 "22대 당선자들에게도 '굳이 당론에 따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연일 '이탈표 틀어막기'와 '당 분위기 정돈'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특검법과 관련해) 전체 의원들의 의사가 큰 이탈 없이 대체로 예상범위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걱정하시는, 지적하시는 몇 분은 언론을 통해 (찬성 의사를) 공개하셨고 저희도 대체로 파악하고 있다"며 "의원님들 개개인의 의사도 존중하지만 남은 기간 왜 우리가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되는지에 관해서 지속적인 대화를 갖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당 내 관측된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양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아닌 권력을 지키기 위해 양심을 속이라는 건 부당한 일"이라며 "더 많은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길 촉구한다"고 했다. 박주민 의원은 여당 의원 전원에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호소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VIP(대통령) 격노설'로 국방부가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에 막혀 국회로 되돌아왔다. 채상병 특검법이 재의결되려면 구속 수감된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모두 표결에 참여한다는 전제 하에 총 19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