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입법 독재' 반발···野, 법정시한 내 처리 '압박'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22대 국회 개원이 임박한 가운데 여야 간 주요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운영위원장에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직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법정 시한인 다음달 7일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국민의힘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양당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지난 25일 열고 원 구성 협상을 이어갈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당초 여야 원내 지도부는 이날 서울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었으나, 회동 일정을 연기하고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민주당은 회동 무산에 대한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회동 무산과 관련해 "국민의힘에서 거부했다고 봐야 한다. 회동 사실이 언론에 알려졌다는 이유로 회동이 무산됐다"며 "원래 만난다는 것은 국회에선 다 공개이다. 하나의 어떤 핑계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앞서 두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상견례 이후 주 1회 이상 만나 원 구성 협상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민주당은 지난 총선 압승을 계기로 국회의장직을 비롯해 법사위·운영위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 확보에 나섰다. 총선 민심이 '정권 심판'에 손을 들어준 만큼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법안 상정의 최종 관문이자 수문장 격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되찾아와 22대 국회에서 민생·개혁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쟁점 사안을 정조준하기 위한 운영위원회도 놓칠 수 없는 상임위다. 대통령실을 피감 기관으로 두는 운영위원장직을 확보한다면 국정감사를 통한 현안 질의와 대통령실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주요 상임위 독식 움직임에 대해 '입법 독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총선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으로선 대정부 공세를 예고한 민주당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사위와 운영위는 절대 사수해야 하는 상임위다. 여당은 원 구성에 있어서 여야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것이 국회 전례라며 관례대로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법사위와 운영위는 국민의힘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법사위·운영위에 이어 과방위까지 확보하겠단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방송 관련 입법과 정책 등을 다루는 과방위를 가져와 윤석열 대통령 보도와 관련해 MBC에 무더기 제재를 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정조준하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좌초된 '방송 3법' 개정 등을 재추진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민주당은 여야 간 원 구성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다수당 이점을 활용해 법정 시한인 내달 7일까지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국회법에 따르면 개원 직후 열리는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 국회의장단을 선출하고 이로부터 3일 안에 상임위원장이 선출돼야 한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가 다음 달 5일 열리기 때문에 이틀 뒤인 7일이 원 구성 협상 시한인 셈이다.
박 원내수석은 "(국민의힘이) 안을 하나도 안 내놓고 지금 2주째 지나가고 있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라며 "협의가 안 된다면 국회법을 준수해서 내달 7일에 상임위원 배정하고 상임위원장 선출하는 그런 과정을 밟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