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세 강화···"尹,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외압 정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상병 순직사건' 조사 결과가 경찰로 이첩됐다 회수되던 당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세 차례 직접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VIP(대통령) 격노설'과 이것이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에 영향을 줬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는데, 윤 대통령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이 장관에게 직접 연락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외압 의혹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정황에 대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특검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2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채 상병 특검법이 폐기되긴 했지만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 기록이 나온 것은 당에 부담'이라는 해석에 "그런 질문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공수처에서 신속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하고 있단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수사 내용이 흘러나오고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면서 '특검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주장은 오히려 논리모순"이라며 "그동안 상임위, 여러 국정감사 과정에서 나타나지 않은 새로운 상황에 대해 공수처가 잘 확인하고 있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수사 결과를 지켜볼 것이지, 공수처에 고발하자마자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대뜸 특검법부터 발의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전화를 건 시점과, 이후 이뤄진 조치를 감안하면 의심스러운 점이 상당하다는 게 정치권 시각이다. 항명 혐의로 군 재판을 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확보한 통신사실 조회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2일 낮 12시 7분과 12시 43분, 12시 57분 3차례 이 전 장관의 개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화는 각각 4분 5초, 13분 43초, 52초간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첫 통화는 해병대 수사단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담긴 수사 자료를 경찰에 이첩한 지 불과 17분이 지났을 때였다. 두번째 전화와 세번째 전화 사이에는 박 단장이 보직 해임 통보를 받기도 했다. 세 차례 통화가 이뤄진 이날 오후 1시50분께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경찰에 '사건기록을 회수하겠다'고 연락했고, 실제로 이날 검찰단은 경찰에 이첩됐던 사건을 회수했다.
아울러 'VIP가 격노설' 발원지인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회의가 있었던 지난해 7월31일, 이 장관이 대통령실 유선전화로 걸려 온 전화를 받아 168초 동안 통화한 사실도 있었다. 이 장관은 이 통화를 마친 직후 자신의 보좌관 휴대전화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 브리핑 취소 및 사건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대통령과 국무위원이 전화로 소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특검 필요성이 커졌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한민수 대변인은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의 정점에 윤 대통령이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이 장관에게 건 전화가 박 대령의 보직 해임과 수사 기록 이첩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해병대원 순직사건 수사외압의 곳곳에 대통령실이 등장하더니, 이제 결정적 순간에 윤 대통령이 그 정점에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며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는 대로 해병대원 순직사건과 수사외압, 진실 은폐의 진실을 밝힐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