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 회복세 기대감···고금리·고분양가 악재 상존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거래량 증가와 집값 상승세를 타고 이번 달 주력 단지들의 청약공고가 대거 쏟아질 전망인 가운데 미분양 급증 및 고분양가 논란도 만만치 않은 만큼 하반기 부동산 시장 활성화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2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이번 달 전국에서 분양을 계획 중인 아파트는 62개 단지·5만2258가구(임대포함)다. 앞서 1∼5월 매월 평균 2만여 가구 수준이었던 분양 물량이 6월 들어서 2배 이상 급증하는 것이다.
지난 3월과 4월 봄 청약 성수기에 진행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개편 작업과 제22대 총선 등 이슈로 조합 및 시행사, 시공사들이 분양 일정을 대거 미룬 결과다.
이번 달 분양을 예고한 단지 중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분양 물량은 1만6840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1년 6개월(2022년 12월, 2만5520가구) 만에 가장 많은 물량이다.
통상 정비사업지는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고 단지 규모도 큰 만큼 건설사들의 분양 성적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특히 이달 예고된 정비사업 분양의 80% 이상인 1만3776가구가 서울·수도권에 집중됐다. 수도권에선 총 32개 단지·3만2815가구가 분양을 계획 중이다.
서울 시내 주요 단지로 △마포 공덕 '마포 자이 힐스테이트 라첼스'(GS건설·현대건설 시공, 공덕1구역, 1101가구) △성북 장위 '장위 푸르지오 라디우스파크'(대우건설, 장위6구역, 1637가구) 등 4222가구다.
경기도에선 △성남 수정 '산성역 헤리스톤'(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산성구역, 3487가구) △성남 중원 '해링턴스퀘어신흥역'(효성중공업·진흥기업, 중1구역, 1972가구) △고양 장항 '카이브 유보라'(반도건설, 장항지구, 1694가구) △김포 한양수자인(한양, 북변4구역, 3058가구) 등 대단지 위주로 총 2만6112가구가 분양에 나선다.
지방에선 △청주 흥덕 '테크노폴리스 아테라'(금호건설, 1450가구) △아산 탕정 '푸르지오센터파크'(대우건설, 1416가구) △부산 사상 '더샵 리오몬트'(포스코이앤씨, 1305가구) 등이 분양을 앞둔 주요 대단지로 꼽힌다. 지역별로는 부산(5121가구)과 충남(4050가구)에서 분양이 집중될 예정이다.
분양업계에선 최근 서울·수도권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점과 매매량이 늘고 매수세가 되살아나는 수치가 확인되는 점에 무게감을 두고, 분양 경기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잇단 발표로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인 데다, 공사 원가 상승에 따른 분양가 급등과 시장에서 확산하는 기존 신축 아파트 매수 선호 현상 등은 악재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2024년 4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주택은 7만1997가구로 전월 대비 10.8% 늘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째 증가세다. 특히 분양 기대감이 높았던 수도권에서 한 달 만에 22.4%나 늘었다. 지방은 8.2% 증가했다.
신규 분양 물량이 늘면서 미분양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악성 미분양인 준공 후 미분양은 한 달 만에 6.3% 증가한 1만2968가구에 달한 상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고금리·PF 대출 냉각·원자재 가격 인상·미분양 적체 등 여러 요인이 고분양가와 지역별 청약경쟁률 양극화, 아파트 분양(공급) 진도율 저조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시공비 인상으로 부득이하게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지금이 제일 싸다'는 홍보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최근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고분양가 아파트 대신 기축 단지를 선호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여름철 비수기에 앞서 물량을 한꺼번에 내놓아야 하는 업계 입장에선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청약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는 하나, 중대형과 역세권 등 일부 조건을 갖춘 지역에서만 선택적으로 활성화되고 있기에 그렇지 않은 지역은 미분양 우려가 높아 PF 등을 끌어들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