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채 상병 특검법' 독자 행보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범야권 소수정당인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이 각종 현안과 정책에 있어 차별화를 시도하며 선명성 경쟁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조국혁신당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와 교섭단체 요건 완화, 지구당 부활 등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우며 야성을 드러내고 있다. 개혁신당은 모든 야당이 참여하는 '채 상병 특검법' 관련 장외 투쟁 대신 원내에서 별도로 전략적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4·10 총선에서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며 민주당과 연대했던 조국혁신당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구체적인 현안과 정책의 방향을 놓고 민주당과 대립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국 대표는 지난달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해 "교섭단체 요건 완화는 저희가 먼저 (민주당에) 요구한 바 없다"며 "민주당이 정치개혁 차원에서 먼저 얘기한 것이다. (총신) 당시 김민석 상황실장과 홍익표 전 원내대표가 얘기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석으로 낮추자는 말을 먼저 했다. 그런데 선거 이후 달라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행 국회법상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석으로 12석인 조국혁신당은 8석이 부족하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 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조 대표가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실거주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폐지론'과 '지구당 부활'도 두 당이 맞서는 지점이다.
조 대표는 지난달 31일 출입 기자들과 인왕산 둘레길을 산책한 후 가진 만찬에서 "민주당에서 왜 종부세 (완화) 얘기를 하는지 이해는 된다"며 "1가구 1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매기는 것이 부담되고 그분들이 힘든 것은 알지만 현재 법제 내에서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전체 인구의 5% 정도로 많지 않다. 전면 개정 등의 접근을 해선 안 된다"고 반대 입장 밝혔다.
'지구당 부활'에 대해서도 "정치신인, 특히 민주당의 경우 영남 지역에서 정치하는 사람들은 힘들기 때문에 (지구당 부활을) 논의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치개혁 제1의 과제인가에 대해선 도저히 동의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지구당 부활 등 정치개혁 의제를 다룰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을 제안하며 이슈 자체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신장식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구당 부활이 정치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적 발상으로 제안된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정치발전을 위한 개혁 의제는 훨씬 더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 양당의 책임 있고 빠른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조국혁신당이 구체적인 현안을 두고 민주당과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배경에는 제3정당으로서의 선명성 부각을 통한 '캐스팅 보트' 몸값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개혁신당 역시 개원 전후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독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개혁신당은 '채 상병 특검법'에는 찬성하면서도 이를 촉구하는 범야권 장외 투쟁에는 참석하지 않고 자체 원내 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공개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혁신당은 일이 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며 "장외집회가 세를 보여주는 의미는 있지만 현 상황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어떻게 민심을 따르게 할까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시민단체 총연합투쟁집회 같은 걸 하면 '저 단체는 왜 껴 있나' 싶은 단체들까지 참여하게 된다"며 "보수층이면서 특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진영대결로 오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제1호 법안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각각 '채 상병 특검법'과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한 것과 달리 선거 개혁에 대한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국민적 비토 정서가 높은 상황은 야당의 선명성 경쟁을 필연적으로 가져온다"며 "야당 간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