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노하우 총집결해 DS 위기극복 조준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위기에는 덕장(德將)보다 용장(勇將)'이란 말처럼 7년 만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장으로 돌아온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는 차세대 반도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최근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1960년생인 전 회장은 서울 배재고를 나와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삼성전자 D램개발실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삼성과 인연을 맺었고,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을 맡았다.
2017년에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화재 사고로 창사 최대 위기를 맞은 삼성SDI의 신임 대표이사를 맡아 5년간 품질 개선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전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현직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깜짝 발탁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해 왔다.
재계서 통용되는 용장은 회사의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해 나갈 수 있는 전투력과 실행력을 갖춘 장수다. 전 부회장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외부 사안을 냉철하게 인지하고, 과감한 결단력으로 문제 해결의 키를 찾아낼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된다. 매우 이례적으로 단행된 원 포인트 인사에 일부 안도하는 표정들이 감지되는 이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용장이 조직의 수장으로 들어오면 구성원들에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한다"며 "(전 부회장은) 집요하고 강한 리더십으로 문제의 핵을 잘 파고 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최근 사업부별 업무 보고에서도 담당 임원들에게 반도체 경쟁력 하락 원인을 자세히 따져 묻은 것으로 전해진다. 위기 극복의 첫발은 문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 부회장은 업무 보고를 받을 때 '수치' 등 근거 제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전언이다.
삼성 반도체 신화와 삼성SDI 위기 극복의 주역으로 통하는 그에게도 산적한 과제들은 난도가 높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약 15조원의 적자를 냈다. 메모리 1위인 삼성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1위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선언하며 우려를 더하고 있다. 전삼노는 2만8000여명의 조합원 중 DS 소속이 대부분이다.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직면한 것이다.
전 부회장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삼성 본연의 가치와 문화를 무기로 반도체 주도권을 재탈환한다는 각오다.
그는 최근 취임사에서 "우리가 쌓아온 저력과 함께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를 이어간다면 어려움을 빠른 시간 내 극복할 수 있다"며 "새로운 각오로 상황을 더욱 냉철히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반드시 찾겠다"고 강조했다.
구성원들을 다독이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전 부회장은 "임직원 여러분이 밤낮으로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현재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저를 비롯한 DS 경영진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일각에선 반도체 리더 육성도 그의 과제 중 하나로 꼽는다. 현직에서 물러난 그가 이례적으로 복귀한 것은 삼성 반도체 내에서 후임자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방증이란 지적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1960년생 올드보이가 전진 배치된 것은 역설적으로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할 만한 핵심 인재에 젊은 CEO급 인사가 마땅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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