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손질→"국고 감소 촉매 될 것"
유류세 인하 중단, 서민 역차별 지적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윤석열 정부와 여야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개편을 둘러싼 논의가 뜨겁다. 현 정부 들어 단행한 공시가격 및 세율 인하 조치와 법인세 인하 및 자연 급감에 따른 세수 결손 문제가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1~4월 누계 국세 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4000억원(6.3%) 줄었다.
정부가 당초 내놓은 연간 국세 수입(367조3000억 원) 대비 4월까지 진도율(예상 대비 걷힌 세수 비율)은 34.2%다. 이는 56조4000억원의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4월 기준 38.9%)보다도 낮은 수치다.
법인세 감소가 전체 국세 감소의 주요인이 됐다. 올해 1~4월 법인세수는 22조8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조8000억원 급감했다. 특히 4월 총 법인세는 4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64%(7조2000억원)나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올해 법인세수 감소는 예견됐다. 작년 8월 국회에 제출된 2024년 연간 국세 수입 예상액(367조3000억원)은 전년 대비 8.3%(33조2000억원) 줄었다.
문제는 반도체 경기 등이 당초 정부 전망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까지 회복되지 못했고 세수 급감도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결산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기업 705곳의 2023년도 영업이익(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39조5812억원으로 1년 새 44.96% 줄었다.
올 들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업황이 회복세를 띄면서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 '깜짝 성장'한 만큼 하반기 세수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지만, 4월까지 발생한 막대한 결손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부족분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기재부 안팎의 관측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부세 완화·폐지는 중장기적인 국고 부족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2년 정부가 단행한 부동산세 인하 조치들로 인해 지난해 귀속 종합부동산세 납세자는 49만5000명으로 전년(128만3000명)대비 61.4% 급감했다. 결정세액은 6조7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37.6% 줄었다.
윤 정부는 출범 두 달 만에 세제개편을 통해 주택분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높여,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 보유자의 종부세를 면제했다. 1주택자의 기본공제액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였고 0.6~3%로 적용되던 1주택자 기본세율을 0.5~2.7%로 낮췄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율은 1.2~6%에서 0.5~5%로 하향했다.
현재 정부와 여야 정치권에선 종부세를 놓고 △전면 폐지 △1주택자만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율 완화 등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오는 7월 말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서 종부세 폐지가 확정될 경우, 올해 종부세 예상액 4조1000억원에 대한 세수 펑크가 불가피하다.
이 같은 세수 손실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햇수로 4년째 이어온 유류세 인하 연장 종료(유류세 환원)를 검토 중이다. 유류세 인하를 종료하면 하반기에만 3조원 안팎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세수 결손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재원 고민조차 없이 대대적인 법인세·종부세 인하에 나선 뒤, 유류세 인하 중단을 고민하는 것은 조세 중립성을 무시한 '부자 감세'라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산 관련 조세제도가 단기적으로 요동을 치면 경제주체들이 정책을 신뢰할 수 없고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 혼란을 느낄 수 있다"라며 "양극화가 심한 상황에서 자산 감세라는 방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