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북한(北韓). 한민족이자 현존하는 최대 위협국. 그들만의 왕조 '백두혈통'이 지배하는 폐쇄된 제국에서 3대 세습을 이룬 1인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2인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남매는 10년 전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대남 공작·비방전의 선봉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8년 열린 평창올림픽과 남북 정상회담 시점까지만 해도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자처했지만,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된 직후 언제 그랬냐는 듯 수틀린 기색을 드러냈고 급기야 멀쩡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해 극으로 치닫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김 부부장 명의로 나오는 담화문을 보면 의도적으로 독기를 꾹꾹 눌러 담는 듯하다. 그가 몇 년간 문재인·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뱉은 막말은 자칭 정상 국가의 최고위 권력자가 한 말이 맞나 싶을 만큼 가관이다. 원색적인 안하무인격 말 폭탄은 듣는 이 낯이 뜨거울 정도다.
이 같은 북측의 망동·망언은 분단 이후 80년간 반복됐다. 그럴 때마다 국군 장병은 물론 정부와 국민 모두가 이를 고스란히 감내해 왔다. 대한민국과 미국에서 굵직한 선거가 있을 무렵이면 그 강도는 더해지곤 했다.
몇 달 뒤면 미국 대선이다. '나 좀 쳐다봐 달라'라는 북측의 노골적인 아우성과 협박에 우리는 더 이상 '우는 애 달래는 시늉'을 해선 안 된다. 수십 년을 달랬지만 그들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3대 권력 세습과 독재 강화, 핵무장, 미사일 고도화라는 결과물을 내보였다.
최근 발끈한 모습으로 보내오는 오물 풍선과 군사분계선 침범 행위는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과 우리 군의 확성기 방송이 북한 지도부 입장에선 그만큼 거슬리고 아프다는 반증이 될 수 있다.
북한이 대북 전단을 핑계 삼아 제각기 다른 무게와 크기의 풍선을 날린 뒤, 최대·최소 도달 지점 등을 파악하는 등 일종의 군사 실험을 병행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국내 여론은 또다시 '무조건적인 평화, 전쟁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는 주장과 '이에는 눈 이에는 이, 강한 대응이 진정한 평화를 불러온다'는 주장으로 갈려 대립하고 있다.
며칠간 김여정을 비롯한 북 지도부가 오물 풍선과 말 폭탄 세례를 하지 않은 건 일부 주장대로 정말 대남 도발 수위 조절에 들어간 건지, 풍향(風向)이 맞지 않은 데다 방북이 임박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에 매진한 결과인지 알 수 없다.
그동안 보수·진보 정권이 번갈아 펼친 봉쇄·햇볕 정책은 반짝 성과와 무수한 실패의 증거들을 낳았다. 북한 눈치를 보면서 끌려다녀선 아무런 답이 없다는 사실을 전 국민이 깨달았다.
먼저 다가오면 따뜻하게 안아주되, 등 돌리면 왜 그러냐고 덥석 손부터 내밀 게 아니라 의도를 파악하고 기다리는 자세. 공격받으면 고스란히 되돌려주는 동등하고 합리적인 관계 정립이 긴요한 시점이다.
정부와 여야는 명확한 기준을 잡고, 북에서 온갖 해괴망측한 도발을 감행하면 가장 아픈 곳을 적시에 후벼 판다는 태세로 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