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 위해 세제 지원 필수”
야당 “분리과세 도입은 또 다른 부자감세로 반대”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지난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의 기업가치 행보가 본격화됐다. 저평가됐다고 인식되는 기업들이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필두로 국내외 또는 기관·개인 투자자들의 권익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안착은 ‘산 넘어 산’이라는 평가가 많다. 해당 프로그램의 핵심 중 하나인 세제에 대한 정부와 야당간 정책 추진 방향이 엇갈리고 있고, 일부 기업의 경우 밸류업 확대 행보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을 위해서는 크게 3가지가 필수 요소로 꼽힌다. ▲소액주주를 위한 이사회 의무와 독립·보호성 강화 ▲세금 관련 형평성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이 그것.
특히 세제 관련 해서는 가장 큰 이견이 부딪히는 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현재 배당소득은 이자소득과 합쳐 연 2000만원까지 분리 과세가 가능하며,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넘어서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에 포함, 누진세가 적용된다.
기획재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해당 정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되고 있는 주된 이유인 낮은 배당 성향을 타파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러나 해당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국회의 도움이 절실하다.
문제는 국회에서 해당 부분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는 점이다. 배당에 대한 인센티브 성격이 강한 해당 정책은 일종의 세금 감면이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세수 부족을 이유로 더 이상의 기업 감세는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야당은 해당 제도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 오너의 전횡이나 상속에 가까운 관행들이 많아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것. 해당 부분을 해소하지 않고는 밸류업 프로그램이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반면,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을 위해 세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하며 해당 정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위한 법인·배당소득세 경감, 상속세 부담 완화 등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안착한다면 코리아 밸류업지수 같은 인덱스가 탄생, 다양한 투자상품이 탄생하는 등 선순환 구조가 구축될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 부총리와 궤를 같이했다.
세제 부분에 있어 행정부와 입법부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좀더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키움증권이 지난달 말 밸류업 프로그램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이후 해당 지적은 거세졌다. 키움증권이 해당 계획이 지난 3월 공시와 별반 다르지 않고, 고민의 흔적이 없다는 비판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달 29일 “키움증권의 밸류업 계획은 세부사항이 많이 부족하고 깊이 고민한 흔적도 없어 보인다”라며 “대부분이 지난 3월 키움증권이 밝힌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중복되며 밸류업 가이드라인의 핵심인 주주자본비용(COE)과 총주주수익률(TSR)이 빠진 것도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를 위한 이사회 의무와 독립성 강화 부분 또한 난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가 안된 지주회사는 여전히 존재하며, 최대주주가 대표이사 또는 이사회 의장을 맡은 지주회사의 비율을 40%를 상회하기 때이다. 이는 ‘최대주주-소액주주-경영진’ 사이에서 이해상충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
박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 안착을 위해 무조건 최대주주의 대표이사 취임, 이사회 의장 선임을 분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해상충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장치에 대한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며 “해당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기에 속도보다 방향성을 중심으로 정부, 기업, 시장에서 움직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다행히 올해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주주환원 확대 노력은 꾸준히 펼쳐질 것으로 예상, 긍정적으로 평가된다”며 “적극적인 소통과 정부의 지원이 합쳐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주환원정책 확대를 중심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빛을 발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