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오늘(17)일부터 서울대 의대 산하 4개 병원이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예상외로 큰 혼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태 장기화와 휴진 규모 확대가 향후 의료공백의 변수가 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 의대 산하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교수들은 이날부터 휴진을 시작했지만, 모든 진료과가 일시에 진료를 중단하거나 예정된 수술을 거부하는 행위는 없었다.
앞서 서울의대 비대위는 "휴진으로 인한 진료 예약 변경은 교수가 자체적으로 또는 비대위의 지원을 통해 환자에게 알리고 있다"며 "현재까지 비대위가 접수한 모든 지원 요청 건에 대한 예약 변경과 환자 알림 절차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각 병원당 몇 명의 교수들이 휴진을 실시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언론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노조는 각 진료과를 일일이 찾아 실제 휴진 규모를 파악하는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교수님들은 국회의원들을 만났던 어제까지도 휴진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병원 측에 언제부터 쉬겠단 의사를 밝힌 교수님들은 소수고, 그 외엔 이미 예약한 환자분들과 진료 일정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남는 시간에 휴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단 교수진의 휴진 결의 이전 예약을 잡았던 환자들은 진료 일정이 미뤄지긴 했어도 취소되진 않았다고 했다. 2주 전 해당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은 한 환자는 의대교수로부터 한 달 뒤 수술경과를 보겠다는 예약 일정을 잡았다. 실제 비대위는 무기한 휴진 중에도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부서는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17일 이후 예약을 잡으려던 환자들은 일부 진료실이 폐쇄돼 당분간 진료 받을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휴진 돌입 전에 병원으로부터 장기 처방전을 복용했다는 사례가 많았다.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기저질환자의 경우, 대개 5주치 가량의 약을 제공받는 처방전을 받았다. 해당 병원 사직 전공의는 “법이 최근 바뀌어서 이제 일부 약품은 60일치를 처방받을 수 있지만, 본래 대부분의 장기복용의약품은 30일분량만 조제 받을 수 있었다. 사태 해결이 언제 될 지 모르니, 최대한 긴 처방전을 써 준 것”이라 말했다.
다만 이번 휴진이 의료계 전체로 이어지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환자들에게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환자 단체 관계자는 “약 5주치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교수들도 병원에 없다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다른 병원도 합류한다. 의정갈등이 조속히 해결돼야 더 큰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