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협력 강화 가능성 제기…정부 "예의 주시"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며 '북러 밀착'에 따른 동북아 정세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 양국이 2000년 당시 맺었던 우호조약 보다 높은 단계의 동맹을 체결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신냉전' 체제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17일 외교통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르면 18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마중을 나가는 등 '역대급 의전'으로 푸틴 대통령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 전문매체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이 13일 오후 7시부터 평양과 국경 지역에 특별경비주간을 선포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 방북 이전 경계 강화 태세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전날 발표한 '푸틴 방북 의미 및 전략적 고려사항' 보고서를 통해 이번 회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양자 관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선언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을 탈피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0년 북러는 경제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우호조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다만 해당 조약에는 1961년 북한과 소련 동맹조약에 체결된 양국의 유사 상황 시 '자동 군사 개입'을 명시한 조항이 빠지고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과 러시아가 기존 조약에서 더 나아가 동맹관계 재설정과 군사·경제협력 등을 담은 새 조약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러 관계 및 국제사회에 미칠 파장 등을 고려해 북한에서 희망하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을 포함한 상호방위 조약은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밝혔다.
정부는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할 가능성을 두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과 전략핵추진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등 동북아 정세에 이른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의 전수를 지속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중국이 '거리두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팽배하고,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명분 강화 등을 야기할 수 있기에 실제 군사기술 이전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군사정찰위성 등을 포함한 우주 기술의 일부 지원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따라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전날 채널A 인터뷰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저해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러시아에 분명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도 같은 날 연합뉴스TV에서 "러시아 측에 일정한 선을 넘지 말라는 경고성 소통도 한 바 있다"며 "계속 지켜보면서 푸틴의 방북 결과를 세밀히 분석해 (북러 군사협력이) '수사'로 그치는 것인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수사라 해도 강도나 내용은 어떤 것인지 다 종합해 거기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