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쓰레기장 없는 아파트’ 되어버린 원전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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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쓰레기장 없는 아파트’ 되어버린 원전 산업
  •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4학년 이명훈
  • 승인 2024.06.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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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4학년 이명훈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4학년 이명훈

매일일보  |  지금은 ‘탈(脫)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를 맞았던 국내 원전 산업에 다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국내에 핵폐기물 처리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원전은 ‘쓰레기장 없는 아파트’ 신세가 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집 쓰레기통이 가득 차서 쓰레기 처분장에 버리려 하나, 거기도 거의 다 찬 상황이다. 

정부는 영구처분 시설을 짓는 데 적어도 37년이 걸릴 거라고 보고 있다. 제2차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에 13년, 사용후핵연료 중간시설 건설에 7년, 영구저장시설을 짓는 데에 17년이 걸린다. 올해 부지 선정 논의를 시작해도 2061년에야 영구 저장시설이 문을 연다.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는 사용후핵연료를 물속에 보관하는데, 이 시설을 임시 저장시설이라고 한다. 이 시설이 한빛원전은 2030년, 고리원전은 2032년, 월성원전은 2037년에 꽉 찬다. 그래서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저장시설에서 꺼내 보관하는 건식 저장시설을 원전 부지에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건식 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법상 '관계시설'에 해당한다. 

그런데 원전을 품고 있는 5개 지방자치단체(경북 울진군·경주시·전남 영광군·부산 기장군·울산 울주군)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건식 시설이 사실상 영구 처분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러나, 영구처분시설과 건식 저장시설은 ‘관리 주체’ 자체가 다르다. 건식 저장시설의 관리주체는 원전 사업자로, 임시 저장시설과 마찬가지로 원전사업자가 ‘원전 내부’에 임시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반면, 영구처분시설 관리 주체는 방사성폐기물 관리사업자이다. 또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을 위해서는 별도 시설을 건설해야 하며, ‘원전 외부’로 사용후핵연료를 운반해 나가야 한다. 따라서, 건식 저장시설은 영구 저장시설과는 다르며, 영구처분 시설이 지어지기 전까지의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사용후핵연료 문제에 대한 가장 큰 과제가 바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로 영구처분시설의 첫 상용화 국가인 핀란드의 정부와 국회는 방폐장의 안전성과 필요성을 홍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프랑스에서는 Bataille법에 근거하는 지역정보감시위원회(CLIS)에서 지하실험실이 설치된 지역마다 설치되어 유용한 최신정보를 계속하여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폐기물처분과 관련한 필요한 최신정보를 계속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환경․건강․회수가능성 등의 주제별로 제공하는 점에서 한층 진보된 정보중개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원전감시위원회가 일차적으로 방사성폐기물정보를 중개하고 있지만 지역협의기능은 없
다. 

원전 산업을 정치적 문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방폐장은 친원전 또는 탈원전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원전을 사용한 결과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 문제”라 했다. ‘책임’을 지려면 책임자에 대한 상대방의 신뢰부터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아직은 그 신뢰가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정부는 원전 산업을 정치적 문제로 만들어 시간을 버리기보다는 지역대표기구의 확대 등의 방법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원자력폐기물의 내용, 특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주민수용성, 나아가서는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4학년 이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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