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이상기후 따른 폭염 및 폭우 등은 질병과 재난 뿐 아니라 농산물 가격 상승 등 경제적인 타격도 불러오고 있다. 올 여름에도 작년과 같은 폭염·폭우로 인한 기후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11일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8개 정부비축기지 중 가장 큰 규모인 이천비축기지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여름 이상기후를 대비한 봄배추 1만 톤 비축계획을 점검하고 차질 없는 예비묘 200만 주 준비를 당부했다.
지난해 영국 BBC는 기후(Climate)와 고물가(Inflation)의 합성어인 기후 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를 소개했다. 이는 기상 이변과 온난화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단어다. 기상 악화로 농작물이 피해를 보고 생산량이 줄어 식품값이 오르는 경우 등이 이에 포함된다.
지난 4월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상기후가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온도가 높아지면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이는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121개국에서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해석된 것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식품 물가는 2035년까지 연평균 1~3%P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0.3~1.18%P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나라도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 인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수 없다. 6월부터 8월 사이 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이번 여름 한반도에는 작년보다 덥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과 같은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 농산물 가격이 다시금 급등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7월 농산물 물가는 전년(2022년) 대비 0.3% 증가하는 그쳤으나 폭우와 폭염이 본격화된 8월에 5.4%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가을 이후에도 물가가 계속 올랐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은 10월 13.5%를 기록했고 지난 2월 20%를 돌파했다. 지난 5월엔 20.3%로 3개월 연속 20% 이상 상승률을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자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올랐다. 지난 5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 2.9% 중 농산물 물가 기여도는 0.8%에 달한다. 이는 공업제품(0.7%)과 석유류(0.1%)를 합친 것과 맞먹는 수치다.
이러한 상황에 정부는 이번 여름 수급 불안 및 가격 상승에 대비해 농산물 비축량 점검에 나섰다. 지난 11일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이천시 농산물 비축기지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곳은 8개 정부비축기지 중 가장 큰 곳이다.
김병환 차관은 “5월 이후 일부 과일류를 제외한 채소류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여름철 고온·장마 등 미래 물가 불안 요인에 대비하기 위해선 채소 등 수급 불확실성 대응 태세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훈 차관 역시 “고온과 장마로 인한 수급 불안에 대비해 봄배추와 봄무 1만5천 톤 수매비축을 준비 중”이라며 “시장 수요를 살펴 탄력적으로 방출해 가격을 안정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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