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기준금리 ‘동상이몽’…“인하 가능해져” vs “섣부른 판단 부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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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은 기준금리 ‘동상이몽’…“인하 가능해져” vs “섣부른 판단 부작용”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4.06.18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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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 "유연화 필요"...이창용 "인내심 갖고 긴축 유지"
정부가 금리인하 압박..."시장에 혼란만 주는 발언" 비판도
기준금리 조기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조기 인하 필요성을 제기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싸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엇갈린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주요 7개국(G7) 등의 금리 인하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지만, 한은은 물가 상방 압력이 여전하다는 이유로 금리 인하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경기를 생각하는 정부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중앙은행의 기조가 맞부딪히고 있는 셈인데, 대통령실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밝히면서 통화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앞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6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이미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 주요국들은 금리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지난 3월 스위스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인하한 데 이어, 5월엔 스웨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4%에서 3.75%로 낮췄다. 이달 5일엔 캐나다가 기준금리를 5%에서 4.75%로 인하하면서 주요 7개국(G7) 중 처음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6일 기준금리를 4.5%에서 4.25%로 내렸다.

성 실장은 "전 세계적으로 일종의 금리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 국가들이 우리나라보다 물가 안정이 됐다고 보기 어려운 국가들임에도 지금 충분히 (인하)할 자신감을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상당 부분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물가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최근 안정되고 있고 다른 국가도 금리를 인하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 3.1%에서 4월 2.9%, 5월 2.7%까지 떨어졌다. 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도 5월 2.2%까지 떨어져 하반기 물가 흐름이 추세적으로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측은 내심 금리 인하를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기준금리를 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과 8월, 10월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미국보다 앞선 7~8월에 한은이 금리를 내리기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자영업자 지원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서다. 현재 정부는 소상공인을 위한 추가 대책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기로 했다. 

반면 한은은 물가 상방 압력을 이유로 통화정책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일 이 총재는 한은 창립 74주년 기념식에서 "섣부른 통화완화 기조로의 선회 이후 인플레이션이 재차 불안해져 다시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감수해야 할 정책 비용은 훨씬 더 클 것"이라며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현재의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물가 상황에 대해선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달 23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통방)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이어지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4월보다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은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조기인하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상반기 경제전망'에 이어 지난 11일 '6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가계와 개인사업자의 대출 연체율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키는 등 내수 부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여전히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인하하는 건 무리란 평가도 적지 않다. 선제적인 금리 인하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현 2%포인트보다 벌어지면 환율이 오르는 등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물가가 2.3~2.4%에 도달했다는 트렌드가 아직 확인되지 않고, 환율도 1300원대 수준으로 부담이 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견조한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인하가 시급하지 않아 미국이 9월 금리를 인하한 뒤 10월 인하가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는 점도표를 통해 연내 1회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한은의 3분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올해 4분기~내년 1분기에나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한편 근원물가가 2%를 찍었다고 해도 통화 당국 입장에서는 이 같은 기조가 지속하는지 최소 3달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뛰고 있는 데다 물가와 환율도 변수다. 5월 농산물 물가는 19.0%나 올랐고 석유류 상승률(3.1%)은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5월 가계대출은 주택 거래 증가와 함께 6조 원이나 불었다. 광의통화(M2)만 해도 4월 평균 잔액 기준 4013조 원으로 처음으로 4000조 원을 돌파했다.

성장률 전망이 0%대인 유럽과 달리 한국은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1.3%를 기록해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하다는 측면도 있다. 일각에선 한미간 금리 차가 나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정부가 시장에 혼란을 주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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