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기차 정책 변화...에코프로비엠 판매량 감소”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에코프로비엠이 고평가 됐다는 증권가 의견에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최근 에코프로비엠의 종가는 지난 52주 신고가 대비 60% 넘게 빠진 상황이다. 해외 전기차 제도화 속도가 늦어지며 주가는 상승 동력을 잃은 모습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전날 19만8900원에 종가를 형성하며 전 거래일보다 1600원 하락했다. 지난해 7월 26일 장중 46만20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당시에 비해 현재 65.94% 가량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1년 간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1378억원, 기관이 3964억원 순매수했지만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 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7월 무상증자를 하기 전 주가가 52만원 대를 보였다. 이 시기를 전후 해 증자 효과를 반영한 수정주가는 대체로 10만원 초중반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전기차 시장에 대한 외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퇴조를 보이면서 실적 하향을 예상, 목표가를 대폭 조정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을 일시적 수요 정체가 아닌 정책 후퇴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진투자증권은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정책 변화에 따라 에코프로비엠의 양극재 판매량도 줄어들 것이라며 목표가를 기존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낮췄다. 투자 의견 역시 ‘매도’를 유지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주요 국가들의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됐고, 강력한 디젤 상용차 배기가스 규제인 'EURO7′도 연기한 바 있다. 최근 EU 의회 선거 결과 다수당인 유럽국민당(EPP)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정책 시점을 조정하기로 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확정된 연비 규제가 초안보다 대폭 완화됐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주 시장인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 감속을 고려해 에코프로비엠의 2024~2030년 양극재 판매 추정치를 기존보다 연평균 약 15% 낮춘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전방산업의 전망이 후퇴했음에도 한국 양극재 기업과 일부 소재 기업은 세상에 없는 밸류에이션(기업 가치)을 적용받고 있다”며 “EU와 미국의 전기차 정책이 지속 강화한다는 2년 전 가정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EU의 보수화된 정치 지형,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연비 규제 약화로 중장기 전기차 전망이 후퇴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유무와 관련 없이 전기차 성장 레벨이 줄어드는 경로로 진입했다”고 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의 합작사(JV)인 에코프로이엠에 주문이 집중되면서 삼성SDI가 내재화를 확대하는 것이 명확하게 확인됐다”며 “삼성SDI의 100% 자회사인 에스티엠도 양극재 공장 대규모 증설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 공백을 대체할 다른 고객을 빨리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 양극재 판가 하락, 유럽과 신흥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 등으로 인해 조정된 중장기 실적 전망치를 고려할 때 현재의 밸류에이션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