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관계국 긴장 고조···"북러 관계 심화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訪北)일인 18일, 한중도 외교·안보 관련 논의를 위해 마주 앉았다.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땅을 밟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북한의 최우방국 중국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들의 엇갈린 만남에 관련국들도 초긴장 상태다.
한국과 중국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가졌다. 정부 측에선 수석대표인 김홍균 외교부 1차관과 이승범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중국 측에선 수석대표인 쑨웨이둥 외교부 부부장과 장바오췬 중앙군사위 국제군사협력판공실 부주임이 참석했다.
한중 외교안보대화는 지난달 26일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양자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이다. 지난 2013년과 2015년 국장급으로 열린 바 있는데, 이번에는 9년 만에 차관급으로 격상돼 개최됐다.
외교가 및 정가에선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맞물린 시기에 중국이 한국과의 외교안보대화에 나선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과의 만남이 밀착을 시도하는 북러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음에도 중국이 이를 감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가 자신들에게 전혀 유리할 게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러 밀착으로 한반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더라도 중국이 가져올 실익은 없다는 것이다.
외교부 출신 한 인사는 <매일일보>에 "북중러가 한미일과 서방에 대응하는 하나의 '운명공동체'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 시기에 맞춰 중국이 한국과의 외교·안보 대화에 나서는 것은 분명 함의가 있다"고 말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한중 외교안보대화에서 양국관계와 지역, 국제정세,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비슷한 시기에 개최됨으로 이번 회담에서 러북 협력 사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주변 기류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국가들이 엇갈려 만나면서 정세에 관여하고 있는 국가들은 긴장 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이들은 특히 북러 정상이 만남을 통해 도출할 '결과물'에 주목하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북러 정상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포함해 20여건 문서에 서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대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두 나라의 관계 심화"라며 "단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미칠 충격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어떤 상호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무기와 관련 물자 이전을 포함해 우려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며 북러 군사 협력 강화 등으로 자국을 둘러싼 지역의 안보 환경이 엄중해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이날 북한 보도를 삼가는 관례를 깨고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며 "이번 방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