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영현 DS부문장, 자사주 매입으로 위기 극복 책임감
노태문 MX부문장, 언팩 앞두고 자사주 매입…갤럭시 흥행 자신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주요 기업의 경영인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위기 속에서 자사주 매입으로 실적 반등의 자신감과 함께 주가 불안한 흐름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두 달 간 총 30차례에 걸쳐 HD현대 주식 49만2746주, 33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평균 매입 단가는 6만9000원대다. 정 부회장 HD현대 지분율은 5.26%에서 5.88%로 0.62%포인트 높아졌다.
HD현대 주식은 최근 자회사 HD현대마린솔루션 상장으로 하락 우려가 불거진 상황이었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주식 매입은 주가 흐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책임 경영의 뜻을 밝힌 것으로 그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 부회장은 겸직 임원 계열사도 늘려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재 임원으로 등재된 계열사는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사이트솔루션 등 총 5개다. 정 부회장이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들은 모두 그룹 핵심 계열사다. 그룹 지주사 HD현대를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조선), HD현대오일뱅크(에너지), HD현대사이트솔루션(건설기계)는 각 사업부문에서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HD현대미포 등 조선계열 자회사를 두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HD현대케미칼, HD현대쉘베이스오일, HD현대OCI 등을,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등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정 부회장이 HD현대 모든 사업에 일정 관여해 그룹 전반의 사업을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도 각 사업의 최고경영진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DS부문장으로 새로 임명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3일 자사주 5000주를 3억7600만원에 사들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이례적으로 정기인사 시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해 미래사업기획단장이었던 전 부회장을 DS부문장으로 임명했다.
전 부회장 외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최고수뇌부들도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이달 삼성전자 주식을 각각 3800주(2억8804만원), 1000주(7580만원)어치를 매입했다. 남석우 DS부문 제조·기술 담당(사장)도 삼성전자 주식을 2000주를 1억5328만원에 매입했다.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도 자사주 2300주(1억7917만원)를 매입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수장인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도 최근 자사주 5000주를 3억6750만원에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통해 갤럭시Z6 시리즈, 갤럭시버즈3프로, 갤럭시 링 등을 대거 공개한다. 삼성전자는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당긴 언팩으로 2024년 파리 올림픽 수혜의 극대화를 노린다. 또한 갤럭시 Z플립6·폴드6에는 폴더블(접는)폰 최초로 '온디바이스 AI'가 기본 탑재된다.
노 사장은 “파리 올림픽의 슬로건이 ‘완전히 개방된 대회’인 만큼 삼성전자는 전 세계 올림픽·패럴림픽 선수들과 팬들이 보다 가깝게 연결돼 더 의미 있는 올림픽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노 사장의 자사주 매입을 두고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하반기 성공에 대한 자신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롯데그룹 화학계열 수장들도 이달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롯데 화학 계열사들은 현재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실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훈기 롯데케미칼 사장은 자사주 2155주를 2억3983만원에 매입했다. 김용석 롯데정밀화학 대표도 자사주 2400주를 1억1476만원에,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도 자사주 2100주를 1억70만원에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