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8월 18일 확정…'당원 권한 강화' 등 당헌 개정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등 본격 준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당 대표 선출 시 기존 '당심 100%'에서 '민심' 반영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의 원내대표 선거 참여 보장 등 당원 권한 강화에 나섰다. 총선 이후 거대 양당의 행보가 반대되는 만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19일 오후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 선출 시 '당원 투표 80%·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하는 '당헌 개정안'을 상정해 확정했다. 전국위원 854명을 대상으로 ARS 투표를 진행한 결과, 521명(투표율 61.01%)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중 48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찬성율은 92.32%로 재적 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이 원안대로 의결됐다. 전당대회는 내달 23일로 결정됐다.
여당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당원 투표 8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합산해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 선출하는 현행 '단일지도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내 이견이 있던 데다 대회 준비 기간이 촉박한 만큼 기존 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 만들어진 기존 당원 투표 100% 규정에 '민심'을 반영하게 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당 대표 선출 시 '당원 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 룰을 유지했으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시절 친윤(친윤석열)계 주도로 당원 투표 100%로 룰을 변경한 바 있다.
불과 1년 만에 당원 중심 룰에서 민심 비중을 늘린 것은 지난 총선 참패가 영향을 미쳤다. '정권 심판' 민심에 여당이 완패하자 수도권·비윤(비윤석열) 인사들을 중심으로 룰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민심 괴리 등이 총선 참패 원인 중 하나라는 이유 때문이다. 민심 반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여당은 반영 비율을 논의한 결과 국민 여론조사 20%로 결론 내렸다.
일각에선 민심 반영 비율이 적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전당대회 때는 국민 여론조사 비율이 30%였다. 기존 당원 100%에서 변경되는 만큼 제도 안정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국민의힘 설명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룰 개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는 정당이 되겠다는 방침이다. 이헌승 전국위 의장은 이날 투표 전 모두발언에서 "정치의 기본은 민심을 받드는 것부터 시작한다"며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은 국민의힘에 옐로카드를 드셨다. 만약 국민의힘이 변하지 않는다면 레드카드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지난 총선에서 완승한 민주당은 오는 8월 18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원 권한 강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4차 중앙위원회의를 열고 국회의장 후보·원내대표 경선에 '재적의원 투표 80%·권리당원 투표 20%'를 모바일·온라인 투표 방식으로 반영하는 내용을 확정했다.
야당이 당원권 강화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국회의장 경선이 계기가 됐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당선자 총회에서 예상을 깨고 당시 우원식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당선됐다. 우 의원은 의장 선거에서 총 득표수 169표 중 재적 과반 이상 득표에 성공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결정에 따라 구체적인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당시 경선은 6선의 추미애·조정식 의원, 5선의 정성호·우원식 의원 '4파전'으로 치러진 바 있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주류 친명(친이재명)계 유력 후보들이 자진사퇴하자 '명심(이재명 의중)'을 중심으로 교통 정리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추 당선인과 동일한 6선이자 유력 후보인 조 의원이 사퇴하자 '추미애 대세론'에 무게가 쏠렸다. 특히 추 의원에 대한 당원의 압도적 지지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예상 밖 결과에 당원들이 탈당계를 제출하는 등 이탈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자 이재명 대표가 '당원권 강화'를 내세우며 수습에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오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참석을 위해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진행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국회의장 경선 파장과 관련해 "현재 2만명 넘게 탈당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원 중심의 대중 정당으로 확실히 변모시키자"고 달랬다.
다만 일각에서는 권리당원 지지를 토대로 '이재명 체제'를 굳건히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권리당원 상당수가 이 대표의 열성 지지층인 만큼 이들의 권한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이 대표의 장악력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같은 날 당 대표·최고위원 1년 전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이러한 해석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존 당헌·당규는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대선 1년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반면 당헌 개정에 따라 당무위가 지방선거 준비를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로 인정할 경우 이 대표는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하고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치른 뒤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권리당원 강화와 관련해 '직접 민주주의 강화'를 위한 단계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당헌 개정을 의결하기 위해 열린 당 중앙위원회에서 "당원들 역할을 확대하는 것,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헌 개정에 관한 입장들 사이에 간극이 있는 것을 느낀다"면서도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 모아야 한다. 그 힘을 모으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당원들이 당비만 내고 누군가가 결정한 것을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당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며 "민주당이 당원과 국민의 마음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 될 때 민주당에 대한 신뢰는 더욱 튼튼해지고 집권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