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결과를 만드는 것은 오직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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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결과를 만드는 것은 오직 '국민'이다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4.06.2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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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했다. 4·10 총선 참패 후 "결과에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물러난 지 두달 만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 전 위원장의 조기 등판은 큰 패착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패장'의 재등판에 명분이 없다.

자신이 이끌었던 총선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했다. 국정 운영에 힘을 보태야 하는 여당의 의석은 108석으로 이전보다 쪼그라들었다. 지금의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여당이 '보이콧'으로 국회를 마비시키는 카드를 쓸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책임도 한 전 위원장에게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다시 당을 맡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떤 명분을 가져다 붙여도 당권 도전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

'결자해지'라는 명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 전 위원장의 정치적 능력에 물음표가 달린다. 정치적 능력 대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광에서 비롯됐다.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 법무부 장관 시절 '깐족'이라는 비난을 듣더라도 지지층이 볼 때는 야당과 당당히 맞서는 결기, 이 모든 것을 윤 대통령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다.

또 진정한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나온다. 총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종섭·황상무 사태'와 '대파 875원' 등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악재를 한 전 위원장이 나서서 해소한 적은 없다. 황상무 전 수석의 사퇴와 이종섭 전 대사의 귀국이 정해지자 "다 해결됐다"는 것을 외쳤을 뿐 한 전 위원장의 위기 관리 능력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총선 기간 내내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 '운동권 청산론'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내세웠지만 민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철 지난 색깔론을 꺼내 들었고, 정작 민심이 원하는 민생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잘하겠다"고만 외쳤다. 그런데도 위기를 자초하고 돌파할 능력이 부재한 사람이 위기 상황에 다시 당권을 잡겠다는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의 조기 등판이 국민의힘에만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작금의 국회 상황을 해결하는 데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항상 야당과 강 대 강으로 충돌해 온 한 전 위원장이 타협과 양보가 절실한 상황에 당권을 거머쥔다는 것은 향후 국회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 수도 있다.

물론 전향적인 태도로 야당에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협상력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야당에 내어줘야 하는 것은 '김건희 특검', '채 상병 특검'과 같이 윤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야 하는 의제들이다.

여의도 정가에 떠도는 소문처럼 한 전 위원장이 이미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틀어졌다고 하더라도 정권 몰락을 자초할 수 있는 특검을 여당 대표가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그 대표가 한 전 위원장이라면 보수 세력의 분열은 불가피해진다.

한 전 위원장은 정치에서 자신의 선택이 예상했던 결과로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지난 총선을 거치며 깨달았을 것이다. 지금의 출마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자신이 아니라 국민이 만든다. 그 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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