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서 정부위원 속수무책···대응 필요성 제기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상임위원장직 독식에 '보이콧'으로 강경 대응하던 국민의힘이 25일 상임위 업무에 전격 복귀했다. 일각에서는 여당이 모든 상임위를 포기한 채 원외에서 장기 투쟁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으나, 국회 복귀로 선회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투쟁 방법을 바꾼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민주당이 먼저 차지하고 남은 7개 상임위원장직을 받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민주당이 국회의 관례를 깨고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독식하자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해 왔는데, 이를 철회한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며 "의석수 비율에 따른 7개 상임위원장을 맡아 민생 입법에 집중하겠다.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의회 폭주 저지를 위해 원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작금의 상황에 분하고 원통하다. 저 역시 누구보다 싸우고 싶은 심경"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이 장악한 11개 상임위가 무소불위로 민주당 입맛대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나머지 7개 상임위 역시 정쟁으로만 이용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 여당의 책무가 제 가슴을 때렸다"고 복귀 이유를 전했다.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어제 7개 국회 상임위원장직을 맡기로 대승적으로 결단했다"며 "거대 야당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가 계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록 수적 열세이기는 하나 싸우더라도 원내에서, 특히 상임위에 들어가서 (야당) 폭거에 맞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국회 복귀의 가장 큰 표면적 이유는 '민생'이었다. 민주당의 상임위 독식 행태는 무도하나, 민생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집권 여당이 국회를 오래 비울 순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정치권에선 여당의 상임위 복귀 결정엔 다른 요인도 작용했을 거라고 보고 있다.
먼저, 민주당이 국민의힘 몫으로 남겨놓은 7개 상임위원회의 무게감이 결코 작지 않다. 국민의힘은 전날 원내 복귀를 결정하면서 외교통일위원회·국방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정무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정보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를 가져왔다.
이중 국방위에서는 '채해병 사망 사건'을, 산자위에서는 '영일만 유전' 논쟁을 다룰 수 있다. 정무위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종결 처분해 논란이 된 국민권익위원회를 소관기관으로 두고 있다. 민주당 의원이 이들 상임위 위원장이 될 경우, 해당 문제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공세가 용이해 진다는 뜻이다. 외통위와 정보위에서는 북한 관련 쟁점 사항이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아울러 여당의 부재 속 상임위에 출석한 정부 인사들이 야당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국회 보이콧과는 별개로 위원장을 선출한 11개 상임위 일정을 강행했는데, 야당은 이 기간 국무위원과 정부위원들을 향한 맹공을 쏟아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정부 인사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명분으로 대통령실이 여당의 상임위 복귀를 앞당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여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아무래도 여당 의원 없는 상임위에서 정부 측 인사들이 너무 당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정부든 여당이든 최소한의 방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날 여당이 7개 상임위를 받고 국회에 복귀한 데 대해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국민의 국회로 돌려놓겠다', '민생을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자세로 일하겠다'는 추 원내대표와 의원들의 충정 어린 결단으로 국회 원구성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