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도 고개…'국회법 개정' 촉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조국혁신당 등 군소 야6당이 국회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재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야6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 논의를 위한 정기 회동을 갖는 한편, 구성 요건 완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다만 국회법 개정을 비롯해 정치 노선 등 정당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교섭단체 구성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현 교섭단체 구성 요건 등에 대해 비판했다. 황 원내대표는 "선거제도라는 첫 번째 허들, 선거법이라는 두 번째 허들을 넘어 국회에 왔지만,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라는 세 번째 허들 앞에서 허탈해하고 있다"며 "고(故) 노회찬 전 정의당 대표의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으로서 진보정당 첫 원내 진출 당시) 감격에 찬 등원 소감 이후 약 20년이 지났지만, 대의민주주의가 세월만큼 발전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법상 교섭단체 구성 요건은 20석이다. 혁신당은 4·10 총선에서 총 12석을 확보하며 교섭단체 조건에 미치지 못했다. 총선 직후 진보 진영 군소정당이 연합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구성 요건 완화의 경우 민주당이 총선 당시 정치개혁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이후 태도를 바꾸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국회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지 못한 혁신당은 소위 배정 등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교섭단체가 되면 국회 운영에서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국회 각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에 간사를 파견해 의사일정과 안건 조정 등을 조율할 수 있고, 본회의 일정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원 구성 시 상임위원장을 배분받을 수 있고 정당 보조금 등 물질적 혜택도 확대된다.
거대 양당 이외에 교섭단체 구성 필요성을 제기하는 정당은 조국혁신당뿐만이 아니다. 22대 국회 출범 직후부터 비교섭단체인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새로운미래, 새진보연합, 사회민주당은 '공동교섭단체' 구성 등에 대해 다시 논의를 시작했다. 김종민 새로운미래 원내대표가 야6당에 교섭단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다만 일각에선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야6당의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점을 들어 교섭단체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이에 야6당은 교섭단체를 정당 차원이 아닌, 국회 운영 차원에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종민 원내대표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치 노선이 다른 야6당 간 교섭단체 성사 가능성' 질문에 "우리가 어떤 정치적 견해나 정책적인 노선을 관철하는 것은 정당 이름으로 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국회에서 관철하기 위한 국회 운영상의 협의를 하는 게 교섭단체"라고 설명했다. 기존 교섭단체와 정당 간 정책 노선을 일치시키는 관행을 '국회 운영' 관점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공동교섭단체와 함께 '구성 요건' 완화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거대 양당 구도를 탈피할 방법으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들었다. 우 의장은 "(거대) 양당, 두 교섭단체로 가니까 의견이 달라지면 헤어 나올 방법이 없다"며 "(교섭단체가 많아지면) 중간에 있는 교섭단체들이 중재하기도 하고 다른 안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섭단체 구성 완화를 위해선 국회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 등 다수석을 가진 정당이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야당은 우 의장 발언을 거론하며 거대 양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양당제의 무한 충돌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다당제가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며 "거대 양당이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