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룰 '당심 80%'…당원의 40% 몰린 영남 공략 필수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최근 잇따라 영남 지역을 찾아 당원 표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7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대구에서 당원 간담회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산을 찾아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에 이어 당원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당 대표 선출 시 '당원 투표 80%'를 반영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원의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영남권 당심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한 전 위원장은 이날 대구 서구 당협위원회를 찾아 "국민의힘을 이길 수 있는 당으로 만들겠다"며 "제가 저의 새로운 정치를 대구에서 시작한다. 대구와 경북, 영남의 전통적 지지가 지난 선거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108일은 제게 너무 짧았다"며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 우리 당을 개혁하고 이기는 당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총선 패배와 관련해선 자신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여러분은 충분히 잘하셨다"며 "부족한 게 있었다면 그건 다 제 탓"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갈등 우려에 대해선 "지켜봐 달라"며 "저는 오히려 안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면담은 일정 문제로 불발됐다. 한 후보 측은 추후 일정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 전 위원장은 대구 서구 간담회를 마친 뒤 달서구 등 당원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이튿날인 28일엔 부산 지역 당원 간담회에 참석, 영남권 당심 공략을 이어간다.
같은 날 원 전 장관은 부산을 찾아 지지 확보에 나섰다. 앞서 그는 지난 25일엔 경북 안동·칠곡·구미·김천에서, 26일엔 대구에서 당원들과 만난 바 있다.
그는 이날 부산 연제구에 있는 부산시청을 방문하고 박형준 시장과 면담했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장관 시절 엑스포 유치 그리고 부산이 또 다른 서울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가덕도 신공항, 북항 재개발, 도심 철도부지 이전, 센텀특구 지정 등 많은 부분을 부산시와 협력했다"며 "앞으로 부산 현안에 대해서 팍팍 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을 17대 국회 당시 '개혁 소장파 맏형'이라고 언급하며 "'창윤(윤석열 정부 만든 친윤석열계)'으로서 책임감과 신뢰를 발휘할 때가 됐다"며 "반드시 당 대표가 돼서 예전의 원조 개혁 소장파가 경험과 책임, 능력을 갖춘 성숙한 리더십으로 당원과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나경원 의원은 지난 26일 경남 창원·마산·합포 당원협의회와 부산 사하을 당협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나 의원은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오찬을 하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회동했다. 지난 21일엔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났고 지난 22일엔 경북 상주·문경, 경산, 구미 당협을 찾았다.
여당 유력 당권 주자들이 연이어 영남 지역을 찾는 것은 전당대회 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7·2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출 시 '당원 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를 반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당원 투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만큼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당원들 지지가 필수적이다. 특히 여당 당원의 40%가 텃밭인 영남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은 놓칠 수 없는 핵심 지역이다. 이에 따라 당권 주자들의 '영남행'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이 영남 '당심'을 공략한 이날 나 의원과 윤상현 의원은 의원총회와 본회의 참석을 위해 국회에 머물며 원내·외 인사들과 접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