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측근' 잘릴리 38.6%에 앞서
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이란 대통령 보궐선거에 출마한 4인의 후보 중 유일하게 온건파로 분류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득표율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다만 페제시키안 후보의 득표율이 과반을 넘지 못하면서 최종 당선자는 오는 7월 5일 결선 투표에서 가려진다.
3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28일 치러진 선거 결과 페제시키안 후보는 42.5%의 득표율인 1041만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보궐선거는 지난 5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함에 따라 치러진 것이다.
강경파인 사이드 잘릴리 후보는 38.6%의 947만표로 2위를 기록했다. 가장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전망됐던 모하메드 바게리 갈리바프 후보는 13.8%인 338만표를 얻는 데 그쳤으며,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 후보는 0.8%인 21만표를 얻었다.
'1위 이변'을 일으킨 페제시키안 후보는 심장외과의 출신의 5선의 마즐리스(의회) 의원으로, 이번 그의 대선 도전은 3번째다. 다만 헌법수호위원회 후보 자격 심사를 통과해 실제 선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 제재 완화를 비롯해 히잡 착용에 대한 여성 단속 완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일한 온건파 후보로 분류됐다.
'온건파 정부'로 분류됐던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 정부 시절 이란 핵협상(JCPOA)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전 외무장관이 페제시키안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페제시키안 후보는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우리는 다시 한번 일어나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우리나라를 가난, 거짓말, 차별, 불의로부터 구하자"라는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페제시키안 후보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해 5일 결선 투표에서 온건파와 보수파의 1대1 대결이 성립하면서 실제 당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2위 잘릴리 후보와 3위 갈리바프 후보의 득표율만 산술적으로 합산해도 과반이 넘기 때문이다.
페제시키안 후보에 맞서는 잘릴리 후보는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에 혁명수비대 일원으로 참전해 전투 중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며 '살아있는 순교자'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에 잘릴리 후보는 3, 4위 후보들의 지지 세력을 자신으로 규합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3위 갈리바프 후보는 이미 선거 직후 "페제시키안을 존경하지만 잘릴리를 지지한다"며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이란 선거가 민생고 및 정치불신 등으로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탓에, 페제시키안 후보가 1차 선거 당시 무투표를 선택했던 유권자들을 설득해 '온건파 결집'을 이뤄낸다면 실제 당선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란 전체 유권자는 6145만명이지만 총 투표수는 2453만표로 이번 선거 투표율은 40.3%에 그쳤다. 이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세워진 이래 역대 대선 최저 투표율이다. 직전 2021년 대통령 선거의 경우 48.8%로 이번 선거보다 약 8.5%p 정도 투표율이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