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대 마지막까지 외로운 싸움 전망···결선 시 '위기' 분석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레이스 초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앞서나가면서 다른 당권 주자들의 견제가 거세지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는 한 전 위원장의 정치를 '배신의 정치'로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다른 여당 인사들도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한 전 위원장을 곱게 보지 않으면서, 한 전 위원장은 마지막까지 외로운 당권 레이스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여권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당권 레이스 초반 '1강 체제'를 놓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의 의뢰로 지난 25~26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힘 후보별 당대표 적합도는 한 전 위원장이 37.9%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지난 28일 공표됐다. 나경원 의원은 13.5%를 기록해 뒤를 이었으며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9.4%, 윤상현 의원이 8.5%의 지지를 받았다.
전체 응답자 중 자신을 국민의힘 지지층이라고 밝힌 비율은 39%였는데, 이들 중 한 전 위원장을 지지하는 비율은 59.3%에 달했다. 원 전 장관은 15.5%, 나 의원은 12.6%, 윤 의원은 5.9%의 지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무작위 추출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권 레이스 초반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이 크게 치고 나가면서, 다른 후보들의 견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당권 주자들은 한 전 위원장이 자신을 정치 무대로 이끌어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배신의 정치'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나 의원은 전날 일정 도중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 특정인을 위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그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수정 발의' 제안 등으로 윤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취지다.
원 전 장관도 "인간관계를 하루 아침에 배신하고, 당원들을 배신하고, 당정 관계가 충돌하면서 어떤 신뢰를 얘기할 수 있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윤 의원은 "절윤(絶尹)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 후보를 겨냥했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는 당 대표 후보들뿐만 아니라 여권 전반에서 빗발치는 형국이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이 당권 행보 과정에서 서슴지 않고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에 대해 불편함을 표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당 대표의 첫째 조건은 정권과의 동행이고 재집권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 출발부터 어설픈 판단으로 어깃장이나 놓고 공천준 사람들에 윽박질러 줄세우는 행태는 정치를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웠다"며 한 전 위원장을 저격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지난 27일 한 언론에 "더불어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정쟁, 정치 공격용으로 추진하는 것을 모르고, (특검을) 덜렁 받는다고 하는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당내에서 받는 집중포화의 원인으로 빈약한 당내 기반을 꼽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결선 없이 1차 투표에서 이기는 게 중요한데, 집중공격 대상이 된 지금 이같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여당 인사는 <매일일보>에 "한 전 위원장이 안정적으로 당권을 잡기 위해선 1차 투표에서 45%의 지지율은 받아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1차에서 과반에 실패해 결선 투표를 허용한다면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내달 23일 열리는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7월 28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