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30일(현지시간)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지지율 1위를 얻어, 창당 이후 약 52년 만에 총리를 배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좌파 정당 연합체 신민중전선(NFP)과 범여권 앙상블은 오는 7일 있을 2차 투표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는 총선 1차 투표 결과 1일 새벽 1시30분 기준 총 81명이 당선을 확정지었다고 보도했다. 81명 가운데 특히 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58%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것이 특징적이다.
구체적으로 극우 RN과 에리크 시오티 공화당 대표의 연대 진영에서 총 40명,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소속에서 32명, 마크롱 정부의 집권 여당 르네상스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앙상블에선 4명이 당선됐다. 그 외 당선자는 중도 진영에서 3명, RN과 연대하지 않은 공화당에서 1명, 기타 좌파 정당에서 1명씩 배출됐다.
총선 1차 투표에서 당선되려면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 투표수의 50% 이상을 얻어야 한다. 2022년 총선에서 이 기준을 넘겨 1차에서 당선된 이는 5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1차 투표일에 60% 후반대를 넘기며 높은 투표율을 통해 당선 요건인 등록 유권자 25% 이상 기준을 충족한 지역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RN이 제1당으로 올라설 것이 유력해지며 1972년 극우정당이 탄생한 이후 처음으로 집권 가능성을 얻게 됐다. 프랑스는 관례상 제1당이 총리를 배출한다.
이에 각 정당은 최종적으로 총선 결과가 확정되는 2차 투표에서 득표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특히 2위를 기록한 좌파 정당 연합체 NFP와 현 집권여당 앙상블은 극우 집권을 막기 위해 각 지역구 3위 후보들의 사퇴를 통한 '단일화'를 촉구했다.
NFP 소속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프랑스가 위태롭다. 공화국이 위태롭다"며 "단 한 표도, 단 한 석도 RN에 더 이상 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방송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극우 세력이 국가를 통치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사회당의 입장은 매우 분명하다. 극우 후보가 당선될 위험이 있다면 좌파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제1당이었으나 이번 1차 투표에서 3위로 추락한 마크롱 대통령의 소속 정당 르네상스도 연대 의사를 밝혔다. 르네상스는 "우리는 RN을 이길 수 있는 위치에 있고 공화국의 가치라는 핵심을 공유하는 후보를 위해 사퇴할 것"이라며 "RN 승리의 위협에 직면해 우리는 모든 정당이 책임 있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RN는 2차 투표에서 확고한 과반을 획득해 압도적 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RN의 실질적 리더인 마린 르펜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 이후 "유권자들이 명확한 투표로 에마뉘엘 마크롱의 7년간의 경멸적이고 부패한 권력을 끝내려는 의지를 드러냈다"며 "아직 승리는 아니다. 폭력적인 성향의 극좌 정당 손에 프랑스가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2차 투표가 결정적일 것"이라고 막판 결집을 호소했다.
FN은 현재 반공주의, 민족주의, 반(反)이민, 반유럽연합(EU)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이중국적자가 국내 주요 직책을 맡지 못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며 민족주의자들의 지지를 규합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