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대통령실 통화에 "활발한 소통 매우 정상적"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여야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을 놓고 강하게 대립했다. 여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 등 수사가 진행 중인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야당이 정치 공세로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당은 수사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통령실의 증거 인멸 의혹이 있다며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여야는 1일 오전 10시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고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채 상병 순직 사건 등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대통령실 참모진이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에 참석한 건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약 한 달 만이다. 그간 대통령실 참모진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운영위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선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도마에 올랐다. 여당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며 날을 세웠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왜 민주당이 비극적인 사건을 정쟁으로 몰고 가는지 참 이해할 수가 없다"며 "다수로 밀어붙이면 없던 사실도 만들어지는지 묻고 싶다. 특검을 할 정도의 문제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권영진 의원도 "야당은 특검이 아니면 진상 규명이 안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계속하는데, 공수처가 외압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하고 있지 않나"라며 "검찰을 못 믿겠다며 공수처를 밀어붙여 만든 게 민주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수사를 하고 있는데 못 믿겠다며 특검으로 가자는 것은 민주당 스스로 공수처를 주장했던 분들이 자기 부정을 하는 것 아닌가"라며 "(민주당은) 공수처 해체 법안을 먼저 발의하고 특검을 주장하는 게 순서 아니냐"고 반문했다.
반면 야당은 이른바 'VIP 격노설' 등 수사외압 정황과 증거인멸 등을 집중 추궁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지난해 7월 31일 안보실 회의에 관해 "그 회의 자리에서 대통령이 격노했느냐"고 물었다. 김 차장은 "그날을 정확히 기억은 못 하지만 보통 안보실 회의에서 격노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고 의원은 "전화 회선이 재배치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들어본 적이 있나"라며 "만약 회선이 재배치됐는지 확인되면 증거 인멸"이라고 언급했다.
야당 의원들은 지난해 7월 31일 회의 이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걸려 온 대통령실 번호가 어느 사무실 것이냐고도 추궁했다. 이에 정 실장과 윤재순 총무비서관 등은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국가안보 사항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다만 정 실장은 "대통령실과 국방 당국의 통신·통화 소통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게 매우 정상적인 모습"이라며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기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방침을 고수했다. 정 실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법안은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위헌 사항이 분명한데도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직무 유기"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야는 이날 회의 초반부터 업무보고 자료 제출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대통령실과 경호처 등을 향해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아예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게 말이 되냐"고 질타하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의원 지적에 반발해 "'민주당 아버지(이재명 대표를 비꼰 표현)'는 그렇게 가르치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 과정에서 박찬대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을 향해 "삿대질을 멈추라"고 경고했고, 여야 의원들은 '반말하지 말라', '기본을 지켜라' 등 고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