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상관 없이 탄핵안 추진…법사위 조사 진행
후임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 유력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사의를 표명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될 것으로 알려지자 선제적으로 사퇴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당장 "꼼수 사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사퇴와 상관 없이 탄핵안의 본회의 처리를 추진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탄핵소추사건 조사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조금 전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정부 과천청사 방통위로 출근했지만 사퇴를 결심하고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사퇴에는 MBC 최대주주 방송문화진흥원(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 없이 진행시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일단 김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되고, 2인 체제로 운영되던 방통위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긴급히 방문진 이사 선임 절차에 들어간 것도 자신의 사퇴 후까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후임 방통위원장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는 사이 공모 절차와 인사 검증을 끝내고 선임, 의결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김 위원장은 퇴임사에서도 "거대 야당의 탄핵소추라는 작금의 사태로 인해 국민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방송통신미디어 정책이 장기간 멈춰서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자진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소추안의 본회의 보고 직전 김 위원장이 사퇴하자 '꼼수 사퇴'라고 비난했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방송장악 쿠데타를 기도한 김 위원장이 탄핵을 피하려고 꼼수 사퇴했다"며 "당당하게 쿠데타를 하더니 자신이 처벌받는 것은 무섭나. 그렇게 옹졸한 사람이 무엇을 믿고 방송장악 쿠데타를 벌였나"라고 맹폭했다.
이어 "사퇴를 해도 잘못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방송장악 쿠데타에 대해 반드시 죄를 묻겠다"고 강조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법사위에서 탄핵 관련 조사가 진행된다"며 "법사위에서 조사하게 되면 김홍일 위원장이 나와서 조사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법 제130조와 제131조 등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면 국회의장은 발의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보고하고, 본회의는 의결로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또 탄핵소추안을 회부받은 법사위는 지체 없이 조사·보고해야 한다.
다만 이미 사퇴한 김 위원장이 탄핵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법 해석 절차가 변수로 남아 있다. 강 원내대변인은 "국회의장실과 논의가 필요하다"며 "김 위원장이 지금까지 법을 무시하고 법 위에서 법 해석을 남용했기에 의장단이 설득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의 사퇴로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가 되며 이 부위원장이 직무대행을 하게 됐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대통령이 지명한 2명과, 국회가 추천하는 3명 등 5인으로 구성되는데, 그동안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자의 대통령 임명이 무산되면서 김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후임 위원장에는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유력하게 유력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