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재진입에도 적정 임금 보장 못해…“일·육아 병행 분위기 중요”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복귀하지 못하며 막대한 국가 경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재취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해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만15~54세 여성 고용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임신과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134만9000여명에 달했다. 이들의 경력단절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손실액은 44조1000여억원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결혼과 첫 출산, 아동양육 등을 계기로 고용에서 이탈한 후 다시 복귀하는 ‘M자형’ 취업 패턴을 보였다. 2022년 기준 2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73.9%였으나 30대 후반이 되면 60.5%로 감소했다.
여성은 기혼 유무에 따라서도 고용에 영향을 받았다. 기혼여성 고용률은 결혼 당해부터 3년 동안 매해 약 12%p 감소하는 등, 결혼 후 6년 동안 꾸준히 줄었다. 이에 따라 결혼 6년 후 여성의 고용률은 결혼 직전보다 43~46%p 낮아졌다.
자녀 출산 역시 고용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첫 자녀 출산은 출산 전 해에 비해 여성의 취업 가능성을 45%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이탈은 출산 전 해에 이미 시작됐으며 출산 후 5년차까지 이어졌다.
출산 후 노동시장 이탈은 남녀 임금 격차를 심화했다. 여성들은 근속연수를 지속하기 어려웠으며, 고용이탈 이후 재진입 시 적정 임금 수준을 보장받지 못했다. 실제 중위임금 3분의 2 미만을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은 11.8%인데 반해 여성은 22.8%로 2배가량 높았다.
자녀 출산과 양육으로 경력이 단절된 디자이너 출신 한 여성은 “디자이너로 일하고 싶어도 경력이 단절된 상황이라 기업들이 고용을 꺼려했다. 육아와 병행하면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 같았다. 결국 새로운 직업을 위해 자격증을 준비 중인데,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가 한정적이었다. 경력을 살리지 못하고 다시 신입직원으로 돌아가 이에 맞는 임금을 받을 생각을 하니 먹먹하다”라고 말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 경력단절을 막기 위해 정부는 사회 이동성 개선 방안 일환으로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를 꾀하고 있다. 경력단절여성 재취업 세제지원 업종제한을 폐지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전환한 기업에 세제지원을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다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한 여성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의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이 육아 병행을 기피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여성의 경력단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