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여‧야 없이 올라와 “한우산업발전법 통과 시키겠다”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농식품부의 물가안정 편향, 농협의 농민 외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비판하는 전국의 한우농가 약 1만2000여명의 농민들이 서울로 집결했다.
민경천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농가소득보다 물가안정에 혈안된 농식품부, 농민을 외면하고 비수 꽂는 농협, 거부권으로 희망을 날려버린 윤석열 대통령, 더 이상 축사에서 소 키우며 두고 볼 수가 없다. 대통령이 비싼 사룟값 대고 새벽부터 밤까지 농민의 정성으로 소를 키워봐야 한다고”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한우협회 소속 농민들은 이날 직접 소를 이끌고 상경해 국회의사당 앞으로 모였다. 300여미터가 넘는 길에 열 맞춰 앉은 농민들이 ‘투쟁’을 외친 이유는 한우 도매가격이 하락해 소 1두를 출하할때마다 약 230~250만원의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 2년 넘게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소득 감소와 생산비 폭등으로 인한 극심한 위기를 호소했다. 실제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생산비는 폭등했지만, 농가에는 마땅한 보호장치가 없어 한우산업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전국한우협회는 여야 양당의 한우법 발의를 이끌어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법제정은 물거품이 됐다.
농가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농협은 사료가격과 도축비를 인상하면서 한우농가는 민심이 폭발했다. 나아가 오르는 물가에 정부에서 수입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 혜택을 고려하면서 한우 농가는 더 이상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2012년 이후 12년 만에 한우반납 집회를 개최했다.
농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소를 차량에 직접 싣고 올라왔다. 하지만 경찰이 외부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와 여의도 진입로를 통제하면서 소를 싣고 올라오는 차량을 막아서 실제로 국회 앞에서 소를 반납하지는 못했다. 전국한우협회 측은 대신 마련한 소 모형을 반납하면서 “농민들의 뜻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우협회는 한우 농가의 안정을 위해 △지속가능한 한우산업 지원법 제정 △한우암소 2만두 긴급 격리 및 수매 대책 수립 △사료가격 즉시 인하 △사료구매자금 등 정책자금 상환기한 연장 및 분할상환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최저 생산비 보장 대책 마련, 2025년 농업 한우 예산 확대, 산지가격-소비자가격 연동제 시행, 수입축산물 무역 장면 마련 등을 추가로 촉구했다.
이날 한우반납 집회는 국회 농립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각 축산 사업이 발달한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이 함께하며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박덕흠, 김선교, 신성범, 임종덕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이원택, 문금주, 윤준병, 박수현, 한병도, 허영 의원, 그리고 진성준 정책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먼저 단상에 올라온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어제도 농림부 장관을 만나 대화했고, 축산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한우법 제정을 반대하지 않지만, 양곡관리법 등을 지키려다보니 지난 국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농민들의 시름을 더는 한우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농민들을 달랬다. 신성범 의원 또한 “수입고기 쿼터 조절을 해달라고 여러차례 전달을 하고 있다”며 “여야 없이 힘을 합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21대 국회 말에 민주당이 한우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한우산업발전법을 통과시키고 농축산물 가격을 보장하는 농안법을 통과시켰는데 누가 거부권을 행사했냐”며 “거부권을 건의한 당사자들이 나와 해결하겠다는데 믿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입을 모아 민생농업 4법을 당론으로 채택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시골에서 소 먹이는 농민들이 10여년 만에 길거리로 나선 이유를 정부와 국회, 그리고 국민들이 알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형법, 동물보호법, 도로교통법 등을 바탕으로 소 반납 집회 자제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