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재추진
매일일보 = 이미현 기자 | 정부가 밀어붙인 제4 이동통신사(스테이지엑스) 출범이 좌초되면서 정부의 갈팡질팡한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통신사, 알뜰폰 등 업계를 비롯해 소비자들에게 혼선만 안겨 줬다는 지적이다. 제4이통사와 함께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폐지 법안도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후 추진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알뜰폰 육성 정책 등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인하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전날 발표한 정부의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역동경제 로드맵’에 따르면 가계 물가안정·생계비 경감을 위한 올해 하반기 주요 정책과제에서 '단통법 폐지'와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가 포함됐다.
이번에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가 정책과제로 추진되지만, 정부가 앞서 밀어붙인 제4이통사 시장진입이 알뜰폰 산업과 충돌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업계의 우려가 컸다. 신규 사업자가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하면 알뜰폰 소비자들이 이통사로 이동해 알뜰폰 시장이 침체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이에 무리한 제4이통사 출범보다 알뜰폰 육성이 가계 통신비 인하에 더욱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에 할당한 5G 28㎓ 주파수를 놓고 반쪽자리 이통사란 비판도 나왔다. 5G 28㎓ 주파수가 전국망을 커버하기에 도달거리가 짧아 막대한 기지국 구축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 초반에는 스테이지엑스가 기존 이통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쓰는 방식으로 운영돼야 했다. 또 현재 28㎓ 대역 주파수에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없어 소비자들이 통신비 인하 혜택을 체감하기까지는 장기간 걸릴 것으로 봤다.
이러한 논란 속 2010년부터 추진돼 올해 급물살을 탔던 제4이통사 출범은 결국 무산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스테이지엑스의 5G 28㎓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기 위한 청문 절차를 진행했다. 취소 이유는 크게 자본금 미달, 구성주주, 사업자 자본금 납입 계획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스테이지엑스가 소명하고 있지만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번에 알게 된 여러 가지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것”이라며 “주파수경매 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근본적인 문제와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전체적으로 다시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