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치 계속···국감·예산 협상도 파행 우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채상병 특검법'이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대응하면서 제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막말성 발언을 뱉으며 첫날 대정부질문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이번 사태는 협치가 결여된 국회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인데, 향후 여야 대치국면으로 발생한 국정 난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당초 국회는 4일 오후 2시부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채상병 특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이 오후 4시 10분경까지 이어지며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
이로써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사실상 3일 내내 파행을 겪게 됐다. 지난 2일 첫 일정이었던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은 김병주 의원의 '돌발 발언'으로 정상 마무리되지 못했다.
당시 김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한미일 3국 연합훈련에 대해 질문하면서 "한미 동맹을 강화하되 한일 관계는 개선하고 적절히 유지해야지 동맹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일본은 독도에 대한 영토적인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인데 어떻게 일본과 동맹한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막말"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여야 간 고성이 오가면서 장내 정돈이 불가능해지자 사회를 보던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정회를 선포했다. 정회된 본회의는 결국 속개되지 못했고, 김 의원 뒤에 대기하고 있던 강선영·김건 국민의힘 의원, 김승원·박선원·엄태영 민주당 의원,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은 질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둘째 날 대정부질문은 민주당이 전날 무산된 채상병 특검법 본회의 상정을 3일 대정부질문에 앞서 처리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파행됐다. 당초 민주당은 전날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직후 채상병 특검법을 본회의에 상정할 방침이었으나 김 의원발(發) 소동에 의해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선 채상병 특검법 상정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민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채상병 특검법이 본회의에서 먼저 다뤄졌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채상병 특검법이 오른 직후 무제한 토론으로 대응할 방침이었기 때문에 3일 대정부질문은 시작도 못 한 채 파행됐다.
대정부질문을 위해 출석한 국무위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늘 특검법을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해서 대정부질문을 사실상 무산시켰다"며 "(대정부질문을 위해 출석한) 저기 계신 국무위원들 어떻게 할 것이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이 모두 파행하자 정치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의 연장선과 같은 여야 불협화음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국회 일정에서도 이같은 파행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있고, 이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이 본격화된다.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국회는 정말 대화와 협상의 여지가 안 보인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앞으로도 일정 파행이 밥 먹듯 나올 것"이라고 염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