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이설아 기자 | 당권 주자로 나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임기 중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무시한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당내 일각에선 한 전 위원장이 당 대표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연판장'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연판장 구태를 극복하겠다"며 강행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7일 한동훈 전 위원장은 "일부 정치인들이 제가 사적 통로(문자 메시지)가 아니라 공적으로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연판장을 돌려 오늘 오후 사퇴 요구 회견을 준비하고 있다"며 "여론 나쁘다고 놀라서 연판장 취소하지 말고 지난번처럼 그냥 하라"고 이같이 말했다.
앞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히 지난 1월 김 여사가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한 전 위원장에게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 등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김 여사의 메시지에 답변하지 않았고, 이후 윤 대통령은 이관섭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한 후보에게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당권 경쟁 후보인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한 후보가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나경원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의 판단력이 미숙했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후보직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은 "이 시점에서 이런 얘기('읽씹' 논란)를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은 비정상적인 당무 개입"이라고 반박하면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제2 연판장 사태'로 규정하고 정면으로 맞섰다. '연판장 사태'는 지난 전당대회 당시 초선 의원 53명이 연판장을 돌려 유력 후보였던 나경원 후보를 낙마시킨 사건을 일컫는다.
그러나 경쟁 후보들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원 전 장관은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실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행태는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해당 행위다. 팀워크를 깨는 선수는 팀을 공멸로 이끈다"고 한 전 위원장의 '당무 개입' 주장을 직격했다.
이에 나 의원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어설프게 공식-비공식 따지다 우리 당원과 국민, 총선 후보들이 그토록 바랐던 김건희 여사 사과의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라고, 원 전 장관에 대해서는 "이 와중에 지긋지긋한 줄 세우기나 하면서 오히려 역풍이나 불게 만드는 무모한 아바타"라고 양쪽 모두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래서 그들은 총선에서 졌던 것"이라며 "패배 브라더스의 진풍경"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원외 당협위원장들에게 한동훈 후보 사퇴 요구 기자회견에 참석할지 여부를 직접 전화로 물으며 '제2의 연판장 사태'를 주도했다고 알려진 박종진 당 선거관리위원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당 관계자는 박 위원이 "주변의 부탁을 받아 참여 의사를 대신 물어봐 줬을 뿐이지만, 오해를 산 부분이 있어 책임을 지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거취 여부를 당에 일임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