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168석으로 2위···조기 총선 승부수 '절반 성공'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프랑스 총선에서 선거기간 내내 지지율 선두를 달리던 극우 국민연합(RN)이 3위로 밀려나고,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위를 차지하는 대이변이 일어났다. '극우 돌풍'이 프랑스에 불었으나, 이들에게 의회 권력을 내줄 수 없다는 유권자 표심이 결선 투표 결과를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우 1당 저지'라는 지상목표를 달성하며 최악의 결과는 피한 모습이다.
8일 프랑스 내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총선 결과 좌파 연합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차지해 1당에 올랐다. 1차 투표에서 참담한 성적을 냈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이 168석을 얻어 2위였고, RN과 그 연대 세력은 143석에 그쳐 3위에 머물렀다. RN과 연대하지 않은 우파 공화당은 45석, 기타 우파 15석, 기타 좌파 13석, 기타 중도 정당 6석, 지역주의 세력 4석, 기타 정당 1석 등으로 최종 집계됐다.
1차 투표 결과 RN과 그 연대 세력은 33.2%를 득표해 1위에 올랐다. 좌파 연합은 28%, 범여권은 20% 득표에 그쳤다. RN과 그 연대세력은 의회 권력 확보를 눈앞에 뒀지만, 결선투표를 거친 끝에 3위로 밀려나며 분루를 삼키게 됐다.
이같은 결과는 극우 돌풍에 위기를 느낀 좌파 연합과 범여권이 성사시킨 반(反)극우 연대가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투표율에 반영됐듯 '극우 저지' 기치를 내건 유권자들이 막판에 결집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66.6%로, 2022년 총선 2차 투표 때보다 20.4%포인트(p) 높았다.
참패가 예고됐던 범여권은 반극우 연대 효과로 2위로 올라서며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됐다. 지난달 9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에 참패한 뒤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 해산·조기 총선이라는 도박을 벌였는데, 이같은 승부수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조기 총선을 앞둔 지난달 "2027년 대선 극우 집권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NFP이 의회 권력을 잡게 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에는 상당한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마크롱 대통령의 조기 총선 선택이 결과적으로 RN의 의석수를 키워준 꼴이 돼서 이에 대한 책임론에서도 벗어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번 총선 결과로 프랑스에는 어느 진영도 과반인 289석을 차지하지 못한 의회 상황이 자리 잡게 됐다. 좌파 연합에 참여하며 진영의 승리를 견인한 장뤼크 멜랑숑(72)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는 "NFP는 통치할 준비가 됐다"며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멜랑숑 대표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프랑스의 권력을 분점할 총리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LFI에서도 멜랑숑 대표의 급진성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정당 LFI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