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사회'·'기본소득'·'주 4.5일제' 제시…민생 방점
김두관 "1인 독주 체제 되면 민주당 미래 불투명"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0일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먹사니즘'이 바로 유일한 이데올로기여야 한다"며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아울러 '당원 중심 대중 정당'을 표방하며 당의 체질적 변화를 약속했다.
전날 '전체주의', '민주주의 파괴'라는 표현으로 이 전 대표를 저격하며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며 본격적인 친노·친문 세 규합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당원존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겠나. 단언컨대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에서 충분한 기회를 누리고 희망을 가지고 새 생명과 함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역할, 정치의 책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가 곧 민생이다. 성장의 회복과 지속 성장이 곧 민생이자 '먹사니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출마선언문 대부분을 자신이 구상하는 국가 비전으로 채우며 대선 출마 선언을 방불케 했다. 민생위기를 강조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 '기본소득' 등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필요한 소득을 얻을 일자리가 원하는 만큼 존재하는 이른바 완전고용 사회는 옛말이 될 것"이라며 "소득에 기초한 소비가 없으면 초과학기술에 기반한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도 경제의 정상순환과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 결국 소득, 주거, 교육, 금융, 에너지, 의료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구성원의 기본적인 삶을 권리로 인정하고 함께 책임지는 '기본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역설했다.
또 "국가 주도의 대대적 투자로 '에너지 고속도로', 즉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 전력망을 전국에 건설해야 한다"며 "전남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 소득의 일부로 주민에게 소액의 햇빛연금을 지급하며 향후 지급액을 늘려갈 계획이다. 앞으로 도래할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에서 기본소득의 주축이 될 햇빛연금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 4.5일제 도입 카드도 다시 꺼내 들었다. 이 전 대표는 "노동량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지만, 대한민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사람 중 하나"라며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주 4.5일제'를 자리 잡게 하고, 최소한 2035년까지는 주 4일제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또다시 불거진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대해선 정면 돌파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1월 살인 테러미수 사건 이후, 남은 생은 하늘이 준 '덤'이라 여기고 '오직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또 다른 칼날이 저를 향한다고 해도, 결코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민주당의 변화 방향에 대해선 '당원 중심 대중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핵심 기반인 당원의 권한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일반 대중에도 소구력이 있는 정당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 더 큰 변화, 확실한 변화가 필요하다. 당의 힘은 당원의 힘에서 나온다"며 "당원이 당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당 활동에서 소외되지 않고,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당의 의사와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길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지역당 합법화와 후원제도 도입, 디지털 관리자 격인 CDO(Chief Digital Officer) 신설 등을 제시했다.
하루 먼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당내 친노·친문계의 세력을 모아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흐름에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전 의원은 방명록에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를 지켜내겠습니다"라고 적으며 이 전 대표의 '1극 체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이재명 대표 추대 분위기가 있다"며 "1인 독주 체제가 되면 민주당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다. 당원들의 열망인 정권교체도 좀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