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협, 법률 플랫폼에 전면 투쟁 선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문직-플랫폼 간 갈등 봉합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률 등 전문 분야에도 플랫폼 산업이 활성화로 국민 접근성이 강화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반면, 이해 당사자인 의사와 변호사들이 적대적으로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의정갈등 전까지 ‘찬밥 신세’를 받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업계가 각광받고 있다.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해 비상진료체계를 실시하면서, 지난 2월 23일부터 비대면진료를 전면허용했다. 허용 시점부터 4월 30일까지 약 10주간 의료기관 청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원급 비대면진료는 약 38만건, 병원급 비대면진료는 약 2000건이 청구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호재 속에서도 관련 업계는 사업 확대에 미온적이다. 비대면 진료는 의사들이 현장을 이탈로 인한 ‘대응책’일 뿐으로, 관련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점부터 의사와 약사 등 전문직들이 해당 사업의 법제화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의정갈등이 봉합된 이후 이들이 다시 정부에 의료 체계를 원상태로 되돌리라는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변호사협회도 과거 법률 플랫폼과 전면 투쟁에 나선 바 있다. 변협은 앞서 2021년 변호사들이 법률 플랫폼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징계하기로 했다. 관련 플랫폼이 사실상 변호사를 중개·알선하는 일종의 온라인 로펌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김영훈 변협 회장은 2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법률시장의 공공성을 수호하기 위해 사설 플랫폼에 대한 엄정대응 기조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법률 플랫폼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변협이 의결한 징계는 지난해 9월 법무부에서 전부 취소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의사 및 변호사들이 플랫폼 산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요 원인은 경제 논리에 따라 전문직을 ‘줄세우기’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비롯됐다. 실력은 없지만, 돈은 많은 병원이 비대면 플랫폼 상위 노출 권한을 획득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의학과 법률 분야는 국민의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간 업체인 플랫폼이 이를 훼손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실제 여야 정치권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형편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비대면 진료의 부작용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천에 거주하는 55세 남성의 사례를 언급하며 "서울, 경북, 대구, 부산 등 전국의 여러 병원을 옮겨가며 하루 평균 9건의 진료를 받았는데 대부분이 초진이었고 진단명이 위장관장애로 유사했다"며 복지부의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장단점은 차지하더라도, 해당 사업과 가장 큰 이해관계로 엮인 의료계와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와 함께 실시한 ‘비대면진료 관련 설문조사(의사 69명, 약사 427명)’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비대면진료 제도 도입 본래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답변한 비율이 의사는 19%, 약사는 8%에 불과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정치권에 전문직이 많이 포진한 만큼, 관련 플랫폼 업계에게 유리한 법안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전문직과 업계가 최소한의 타협점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주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