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李 '최고 득표율' 경신 저지하면 '1극 체제' 반감 증명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재명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야권에선 김 후보가 이재명 후보에 큰 차이로 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나, 이 후보의 '최고 득표율' 경신만 막을 수 있어도 유의미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 후보 강성 지지자가 많다고 알려진 권리당원의 표 영향력을 강화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김 후보가 약진한다면 '이재명 1극 체제'에 대한 당내 반감이 일부분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는 3파전으로 치러진다. 당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이 후보가 연임 도전에 나서면서 당대표 선거가 단일 후보 체제로 치러질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김 후보가 "1%의 목소리를 대변할 책무가 있다"고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선거는 경쟁 구도로 확정됐다. '청년 대변'의 기치를 내건 김지수 후보도 있으나, 당 안팎에선 사실상 이 후보와 김 후보 2파전 양상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불모지인 경남에서 재선 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김 후보지만, 이 후보에겐 절대 열세라는 게 당 안팎의 일반적 평가다. 8·18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친명계 김병주 의원은 지난 10일 YTN 라디오 '이슈앤피플'에 출연해 김 후보의 당권 도전에 대해 "이 후보가 지금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변화는 없을 것 같다"며 "(이 후보가) 이번 총선을 압도적으로 이끌었다. (총선) 승리로 지금 지지도는 훨씬 더 높아졌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김 후보의 열세는 두드러진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9일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공표한 조사(무선전화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이 후보는 44.9%, 김 후보는 37.8%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조사 대상을 좁히면 차이는 훨씬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이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은 87.7%에 달했으며, 김 전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9.9%에 그쳤다. 이 후보에 대한 당내 압도적인 지지 여론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김 후보가 이러한 열세를 딛고 유의미한 득표율을 얻어낸다면 당내에 분명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권에선 그 기준을 이 후보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기록한 77.7%의 경신을 저지할 수 있느냐로 보고 있다.
2년 전 전당대회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대표가 된 이 후보는 당내에서도 민주당을 '이재명 1극 체제'로 변모시키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8일 민주당은 이 후보 강성 지지층 비율이 높다고 알려진 권리당원의 표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당대회 룰을 개정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지난 전당대회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가 이 후보의 최고 득표율 경신을 저지한다면 그동안 당 일각에서 제기됐던 '이재명 1극 체제'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 후보가 대표로서 이뤄온 성과, 자신에게 유리하게 짜인 전당대회 룰만 봤을 땐 무조건 지난 전당대회보다 높은 득표율을 받아야 한다"며 "그게 아니라면 '1극 체제'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 아니겠나"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공천 과정이라든지, 또 최근에 우리 당헌·당규 개정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보면서 우리 당원들이 '(이 후보가) 제왕적 대표다'라고 많이 느끼고 있다"며 "1인 정당화 되어 간다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