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김수현 기자 | 국내에 거주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수가 40만명을 넘어가면서 이들이 벌이는 각종 범죄가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 출신의 불법체류자를 중심으로 마약 범죄가 크게 증가해 관련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만2704명 수준이었던 외국인 범죄자 검거가 코로나19 당시를 기점으로 지난 2021년 9000여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9882명을 기록하며 고개를 들고 있다. 이 기간 마약 관련 범죄는 시점에 관계없이 전혀 줄지 않고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국내에서 잡힌 불법체류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8년 172명 △2019년 353명 △2020년 697명 △2021년 811명 △2022년 945명 △2023년 1083명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마약 투약 및 유통 등의 이유로 검거된 불법체류자 전체 외국인 마약범죄의 56%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검거된 불법체류 외국인 마약사범은 4378명으로 이 중 태국인은 가장 많은 3130명으로 71.5%를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 718명(16.4%) △중국 203명(4.6%) △러시아 68명(1.6%) △우즈베키스탄 65명(1.5%) △기타 90명(2.1%) 등이 뒤를 이었다.
태국은 지난 2018년 아시아권 최초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고, 2022년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는 등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국가로 꼽힌다. 또 필로폰과 카페인 등을 섞어 만든 미친 약이란 뜻의 ‘야바’가 일반 대중에게도 퍼져 있을 정도로 마약 중독이 국가적인 문제 중 하나다.
이로 인해 자국에서 다양한 경로로 마약을 접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 선호하는 야바를 들여와 한국에서 고가에 판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2021년 국내에 유통되거나 세관에 적발된 야바의 압수량은 50kg였지만, 2022년에는 168kg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김학신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불법체류 신분의 한계로 인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면서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대다수가 대포폰 및 차명 통장 등을 사용하면서 각종 범죄에 적극 가담해 경찰의 추적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연구관은 체류 외국인의 범죄 증가의 원인 중 하나로 국내 대학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 증가를 꼽으며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취득하기 쉬운 어학연수 비자로 국내에 입국한 후 원래 연수 목적과는 다르게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 각종 범죄 등에 가담하거나 연루되고 있다”며 “국내 입국이 비교적 쉽다고 알려진 어학연수(D-4) 비자 발급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고,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