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외국인력 필요한데… 법적 보호장치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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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외국인력 필요한데… 법적 보호장치 ‘부실’
  • 김승현 기자
  • 승인 2024.07.14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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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기준 불법체류자 41만5230명
사업장 변경 등 처우 개선 필요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4월 28일 서울역 앞에 모여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희망센터 제공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4월 28일 서울역 앞에 모여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희망센터 제공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정부가 외국인력 확대 방침을 선포했음에도 관련 법적 보호장치가 부실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4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41만5230명이다. 이는 체류 중인 전체 외국인(243만2888명)의 17.1%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밝힌 올해 신규 고용허가제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는 16만5000명이다. 실제론 두 배 이상 많은 미등록 외국인이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을 피해 일하고 있는 셈이다.

불법체류자란 해당국 국적(시민권)이나 영주권,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체류 허가를 받고 나서 그 요건을 위반하거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체류하는 외국인을 말한다. 무비자 입국이나 취업할 수 없는 비자로 체류 허가를 받은 후 취업하는 때도 해당한다. 불법 이민자와 미등록 외국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지난 6월 20일 경북 경주시 외동읍 자동차 부품 공장에선 울산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불법체류자 집중단속이 시행됐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태국 국적 30대 여성 A는 임신 4주 차인 상태에서 담장을 뛰어넘다 넘어진 채 붙잡혔다.

A는 울산 남구에 있는 법무부 협력병원에 도착했으나 임산부는 약물치료와 엑스레이 촬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했다. 단속 하루 만에 출국 조처된 A는 태국 현지에서 태아를 유산했단 진단을 받게 된다.

지난 9일엔 창녕군 성산면에 있는 금속제품 도색 공장에서 일하던 파키스탄 국적 20대 B가 사고를 당해 숨졌다. 오전 8시께 무게 1톤 이상 철판이 바닥으로 떨어져 그대로 깔렸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고 확인 결과 불법체류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법체류자 중 상당수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다. 2020년 12월 포천에 있는 농장에선 캄보디아 출신 C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녀가 발견된 곳은 비닐하우스 안에 지어진 난방시설 하나 없는 임시 숙소였다.

현행법상 외국인 노동자가 무단으로 사업장을 벗어나면 곧장 체류 자격(비자)을 잃는다. 사업장을 변경할 자유도 없다. 고용허가제 시행 중이던 2009년 전에는 1년 단위로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었다. 이후 정부가 사업주 요구를 수용해 3년 동안 이직할 수 없게 만들었다.

몇몇 사업장은 이러한 점을 악용해 욕설과 폭언, 부당한 근무 요건을 강요하고 있다. 한 불법체류자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 단속을 피하고자 주간이 아닌 야간에만 근무한다고 밝혔다. 사업주는 야간 근무임에도 근무 시간을 조정했다는 이유로 수당(야간)을 지급하지 않았다.

물론 사업주 폭행이나 폭언, 임금체불 및 숙소 규정 위반 등 부당한 처우를 입증하면 예외적으로 고용센터에서 변경해주는 경우도 있다. 다만 한국어와 법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다른 단체 도움 없이 이러한 절차를 밟기란 쉽지 않다.

이나라 이주노동희망센터 사무차장은 “우선 이주노동자가 지원받을 수 있는 부분을 옆에서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센터가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가 지원센터 관련 예산을 없앤 것부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사무차장은 “이주노동자가 한 지역(사업장 등)에 묶여 움직이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한국 국민이라면 내가 원할 때 언제나 일자리를 바꿀 수 있지만 이주민 노동자들은 그럴 수 없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이주노동자 책임이 아닌 사유(사업주 폭언 등)로 사업장을 변경하거나 부득이하게 신고 기일을 넘기면 과태료로 대체하는 등 구제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구직기간(3개월) 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미등록 신분이 된 이주노동자도 많다”며 “불가피한 사정으로 3개월을 넘긴 이들을 사면할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정규 변호사는 “정부가 일손이 부족하다며 단기적으로 외국인력 유입을 늘리기만 하면 오히려 미등록 체류자가 많아질 수 있다”며 “미등록 체류 자체를 어떻게 하면 줄일지, 어떻게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지 살피는 게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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