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추세로 나를 지지하게 될 것"
원희룡 "정치는 생물, 저를 도울 것"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막판 과열 양상으로 치달으며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꺾기 위한 나머지 후보들의 견제가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한 후보 캠프의 당원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유출된 데 대해 '당헌·당규 위반'이라는 비판과 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선 출마를 위한 '1년짜리' 당 대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나경원·원희룡 후보의 단일화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한동훈 떨어뜨리기'에 모든 수단이 동원되는 양상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언론에 유출된 한동훈 후보 캠프의 당원 대상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여론조사 공표는 명백하게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 캠프는 (여론조사 관련 보도가) 캠프와 관련 없다고 부인했는데 여러 정황을 보면 한 후보 캠프 쪽에서 나오지 않고는 알려지지 않을 사실"이라며 "제대로 공정하게 여론조사 룰에 따라 했는지 여부가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 위반은 물론, 선거 당심에 영향을 주려는 나쁜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나 후보는 한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되더라도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대선 출마를 위해선 내년 9월에 사퇴해야 하는 점을 겨냥했다. 나 후보는 "1년짜리 당 대표로는 당의 개혁이 불가능하다"며 "당정 관계가 파탄 나면 정부·여당이 모두 힘들어지고 결국 당이 깨지는 그런 사태도 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 주장을 고리로 '반한연대'에 시동을 걸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원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탄핵 음모를 분쇄하고, 당정을 하나로 모아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후보냐, 아니면 민주당의 계략에 동조해 대통령을 탄핵하고 당을 분열로 끌고 가, 결국 모두를 망하게 할 후보냐. 이게 바로 이번 당 대표 선거의 핵심"이라며 "특검을 막기 위해서 뭉쳐야 한다"며 나경원·윤상현 후보에게 결집을 촉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 후보의 1차 투표 과반 저지를 막기 위한 '후보 단일화' 명분 쌓기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가 꾸준히 1위를 놓치지 않으면서 결선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점점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직 우리 당원, 국민과만 연대한다"며 단일화에 선을 그어오던 나 후보도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는 점도 막판 단일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나 후보는 이날 "인위적인 단일화는 아니겠지만, 지금까지 여론 추세나 이런 것에 비춰 (자연스럽게) 나를 지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단일화 요구는 아니지만 결국 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원 후보도 단일화 가능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고 있다. 원 후보는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단일화 관련 질문을 받고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며 "정치는 생물이다. 돕게 되면 나 후보가 저를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