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급증으로 전력망의 대규모 증설이 요구되고 있지만 전력망 건설은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혀 준공이 늦춰지고 있다. 정부 재정지원 없이 전력망 건설의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한국전력은 누적부채가 200조원에 달해 전력망 구축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도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같은 전력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38년까지 신규 원전 4기를 추가 건설하고, 최장 430km에 달하는 ‘서해안 해저 전력 고속도로’를 건설해 호남에서 생산되는 태양광·풍력 전기를 용인으로 보낼 계획이다.
먼저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지난 5월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포함한 원전 4기를 더 짓기로 했다. 전기본은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를 10.6GW로 산정했는데, 4.9GW는 대형 원전 3기(4.2GW)와 SMR 1기(0.7GW)를 추가로 지어 충당한다는 목표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도 대폭 늘려 2038년 발전 비중을 32.9%로 높이기로 했다. 여기에 원전(35.6%)과 수소·암모니아(5.5%)까지 합한 무탄소 발전 비중을 70.2%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서해 전력 고속도로는 해저에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깔아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 첨단전략산업단지에 무탄소전원을 적기에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정부는 지금까지 호남에서 남아도는 원전·재생에너지 전기를 수도권으로 실어나를 전력계통이 부족해 출력정지와 인위적인 발전 축소 등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바다 밑에 초고압직류송전(HVDC)을 까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서해안 전력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면서 잉여 전력 우려를 없앨 수 있게 된다. 또 반도체 공장이 밀집한 수도권 첨단전략산업단지까지 무탄소 전기가 공급될 수 있게 된다. 서해안 HVDC는 신해남∼태안∼서인천을 거치는 구간이 430km, 새만금∼태안∼영흥 구간이 190km에 이른다. 총비용은 7조9000억원, 수송 능력은 8GW)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해저 전력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한 배경에는 육상 전력망 추가 건설이 높은 설비 밀집도와 주민 반대 등으로 한계에 부딪혔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해저 송전선로는 육상보다 공사비가 비싸지만 주민 수용성 문제가 적어 사업이 가속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