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설비 구축 비용 문제 삼아 가격 인상 가능성도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폐기물 시멘트의 성분 공개 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으면서, 관련 비용 전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성분 공개 제도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구분없이 국민안전 확보 차원에서 뜻을 모은 만큼, 빠르게 상임위를 통과했다. 시멘트업계는 자체적으로 폐기물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자충수를 두게 됐다. 다만 자체적인 문제를 시멘트 가격 인상 등으로 상쇄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16일 전체회의에서 폐기물을 사용해 시멘트를 제조한 경우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등을 공개하게 하는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그간 꾸준히 시멘트 성분을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국회가 이러한 목소리에 응답한 상황이다.
폐기물 시멘트 정보공개법은 폐기물을 재활용해 생산한 시멘트 제품에 대해 사용한 폐기물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시멘트 소성로는 지난 1999년 이후 석탄재·폐타이어·폐플라스틱 등을 대체원료 및 보조연료로 재활용했다. 폐기물을 활용한 제품에 대한 성분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폐기물은 시멘트업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폐기물을 유연탄의 대체연료로 사용함과 동시에, 처리(소각) 비용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돈을 쓰고 연료를 구매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연료와 수익성을 함께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었다. 유연탄보다 낮은 가격에 폐기물을 구매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손해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구조는 시멘트공장의 폐기물 싹쓸이 현상을 불러왔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시멘트사의 연도별 폐기물 반입량은 △2018년 2854만t △2019년 2876만t △2020년 2930만t △2021년 3013만t △2022년 3078만t 순으로 조사됐다. 기존 환경기초시설업계가 형성한 시장 내 적정 처리 단가를 붕괴시켰다.
관련 업종에서는 시멘트업계의 비용전가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그간 유연탄과 전기요금 등 외부에서 발생한 비용은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환경 부문에서 발생할 비용을 언급하는 모양새다.
특히 시멘트업계의 이중적인 태도가 지적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며 규제를 강조하지만, 동일한 국내 규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야 하는 환경규제로는 △질소산화물(NOx)의 배출허용기준 △총탄화수소(THC) 측정‧관리 △표준산소농도 기준 등이 꼽힌다.
이중 NOx의 경우 표준산소농도를 13%로 환산할 때, 한국에서는 30분 270ppm의 기준이 적용된다.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유럽에서는 일평균 177ppm, 중국은 142ppm으로 추산된다. THC는 유럽에서 일평균 14ppm으로 설정됐지만, 국내 기준은 60ppm(2주 자가측정)이다. 자가측정에 맡겨진 만큼,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소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 및 레미콘업계는 인상된 시멘트 가격을 유지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해 시멘트사에 가격 인하 협상을 요청했다”면서 “하지만 시멘트사는 출하량이 줄었을 뿐 아니라 친환경설비 비용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통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 불러온 위기를 거래처에게 전가하는 행위는 단순한 시장논리로 해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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