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구제·후 회수'에 이견···與 "기금 고갈" vs 野 "핵심 원칙"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다만 민주당은 피해자 신속 지원을 위해 '선 구제·후 회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협의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당론으로 발의한 전세사기특별법을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겼다. 국토위는 오는 18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고 양당에서 발의한 전세사기특별법 내용을 본격 심사할 방침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전세사기특별법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공공 매입하는 '선 구제·후 회수' 방식이 핵심이다. 국민의힘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 장기 제공 기회를 주도록 하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의 전세사기특별법 합의 처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전세 사기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지원을 위해 '선 구제·후 회수' 내용은 법안에 꼭 담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 구제·후 회수 원칙은) 저희 특별법의 핵심"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계속 협의하고, 또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선 구제·후 회수' 원칙에는 막대한 예산이 든다는 점과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영진 의원은 지난 15일 전세사기특별법 당론 법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선 구제·후 회수라는 부분은 보증채권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냐는 문제가 있다"며 "그렇게 하다 보면 평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고 평가한 만큼 회수되지 않으면 주택도시보증기금 자체가 고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별법 핵심 요건을 국민의힘이 선뜻 수용하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향후 여야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끝내 '선 구제·후 회수' 방식을 반대할 경우, 민주당이 자체안 강행 처리에 나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17일 경찰청이 박정현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전세사기로 발생한 범죄 피해금 규모는 2조283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7월 25부터 지난달 1일까지 약 2년간 경찰 수사를 마치고 검찰로 송치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다.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을 더하면 피해금은 이보다 더 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