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이종섭·김계환 등 사유서 제출···野 "징역 가능"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에 대한 청문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에 전운(戰雲)이 드리우고 있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극렬히 반대했던 '채상병 특검법'에 이어, 이번엔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까지 밀어붙이면서 대정부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단독 의결한 증인들을 청문회에 출석시키지 않는 등 '초강경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오는 1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윤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를 실시한다. 19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청문회의 첫 일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앞서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윤 대통령 탄핵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해병대 박정훈 수사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 △대통령 부부 일가의 부정·비리와 국정농단 △평화통일 의무를 위반한 전쟁 위기 조장 △대법원 판결을 부장한 일본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방조 등으로 인한 국민 생명·안전권 침해 등을 윤 대통령 탄핵이 필요한 이유로 주장한 바 있다.
청원인이 거론한 사유 중 '박정훈 단장에 대한 외압 행사'와 '대통령 부부 일가 부정·비리와 국정농단'은 최근 민주당이 대통령실의 향해 공세를 펴는 주제들과 일맥상통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두 사안을 이번 청문회 핵심 논제로 삼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법사위를 장악한 민주당은 19일 청문회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 채해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관련자들을 대거 증인으로 채택했다. 26일 청문회에서도 김건희 여사 관련(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의혹 당사자 다수를 청문회 증인으로 불렀다. 여기에는 김 여사와 윤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도 포함됐다.
국회에서 증인으로 채택된 이들은 통상 출석이 강제된다. 다만 이번 청문회가 윤 대통령 탄핵 관련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증인들이 순순히 출석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대통령실도 이번 청문회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만큼, 증인으로 채택된 대통령실과 정부 측 인사들이 대거 불출석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은 그동안 위헌 소지가 있는 사안에는 타협하지 않았다"며 불법적인 국회 청문회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김형래 전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실 행정관, 이윤세 해병대 정훈공보실장 등은 이미 19일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임성근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종섭 전 장관 측 법률대리인인 김재훈 변호사는 전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이 전 장관은 이번 청문회 절차 자체의 '적법성에 의문'이 있어 출석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히며 불출석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통령실이 이번 사안에 대해 일찌감치 '강경 대응' 노선을 선택한 이유에는 "밀리면 끝"이라는 심리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총선 이후 거대 야당이 '탄핵' 가능성을 노골화하자 정권의 위기감이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위헌적 청문회는 절대 열려서는 안 된다"며 청문회 직전까지 부당성을 강조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 청원을 핑계로 권한도 없이 법사위에서 대통령 탄핵 논의를 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망동"이라며 "저열한 의도만이 가득한 위헌적인 청문회는 결코 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증인이) 청문회에 불출석하면 관련 법에 따라 징역이나 벌금도 가능하다"며 엄포를 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