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폭로전에 위기론 대두…野, 일제히 수사 촉구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권주자 간 과도한 경쟁 끝에 폭로전 양상을 띠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에 이어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청탁 의혹' 등이 나오면서다. 당권주자 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야권에서도 해당 의혹들에 대해 수사를 촉구하고 있어 당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은 선거 과정에서 한 후보가 언급한 나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하 청탁 의혹과 관련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선거법·공수처법 등 처리 국면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해 회의 개최를 방해한 혐의로 나 후보를 포함한 여야 의원이 무더기로 기소된 사건이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공군호텔에서 '포럼 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새미준) 정기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에 대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의 분별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소 취하 폭로가 야당에 먹잇감을 던졌고 자폭 전당대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는 취재진 질문에 "우리가 야당 시절 문재인 정권이 야당 탄압용으로 보복 기소한 사건을 한 후보가 언급한 것은 분별력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한 후보는 지난 17일 당 대표 후보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겨냥해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가 패스트트랙 관련 공소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나 후보는 한 후보를 향해 "법무 장관 시절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의 체포 영장 기각에 책임을 느끼느냐"고 물었고, 한 후보는 "법무 장관은 구체적 사안에 개입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후보 발언이 사실이라면 검찰에 대한 불법 청탁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날 같은 모임에 참석한 원희룡 후보도 비판에 가세했다. 원 후보는 "원래 어떤 자리를 놓고 경쟁하다 보면 뜨거워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온갖 충돌과 갈등이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문제는 동지 의식이 없고 내가 살기 위해선 누구든지 흔들고 위험으로 궁지로 몰아서 나만 살아야겠단 생각이 있으면 사태는 심각해지는 것"이라며 한 후보를 저격했다.
여당의 폭로전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장예찬 전 최고위원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이른바 '사설 댓글팀 운영 의혹'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당권 주자들은 한 후보에 대한 의혹에 일제히 맹공에 나서는 상황이다.
당권 주자 간 과도한 경쟁이 사법 리스트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자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선 중진 이양수 의원은 한 후보를 향해 "선거법이든 어떤 사법개혁이든 올바른 방향이 아니기 때문에 저희가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그런 것을 가지고 부정 청탁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다른 당 후보들과 싸우는 건가 그런 의심을 받을 정도"라며 과열된 선거 분위기를 지적했다.
한 후보는 상황이 악화되자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제(17일)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전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예시로서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며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여당발 논란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수사를 촉구하며 공세에 들어갔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법 폭로대회가 됐다"며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당 대표 후보도 같은 날 최고위원 후보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 집단의 자백쇼를 보는 것 같다"고 질타했다.